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작업과 유발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중대재해 고위험정보(SIF)' 6032건이 공개됐다. 특히 설비가 작동 중인 상태에서의 정비 작업과 지붕·외부마감 작업 중 추락이 대표적 사망사고 유형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사고 전 단계 위험관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최근 8년(2016~2023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6032건을 분석한 'SIF(Serious Injury & Fatality)'를 산업안전포털과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SIF는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작업과 재해유발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기 위한 핵심 데이터다. 이번 자료에는 업종별 재해개요, 고위험작업, 유발요인, 기인물, 위험성 감소대책 등이 건별로 포함돼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제조·기타 업종에서는 '비정형 작업' 중 설비에 끼이는 사고가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교체·청소·점검 등 작업조건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설비가 작동 중인 상태로 작업이 이뤄지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262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설비 정비 시 반드시 운전을 정지하고, 기동장치에 잠금장치와 표지판을 설치하는 '락아웃-태그아웃(LOTO)' 방식의 안전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 작업 절차 준수 여부가 중대재해 발생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확인된 셈이다.
건설업에서는 지붕·판넬 설치 등 외부마감 작업 중 추락사고가 가장 많았다. 관련 사고는 158건으로 집계됐으며, 추락방호망 설치와 안전대 착용 여부가 사고 예방의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파손 위험이 높은 지붕재 위 작업 시 덮개 설치 등 사전 조치가 미흡할 경우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고를 유발한 주요 기인물도 뚜렷했다. 제조·기타 업종에서는 지게차, 중량물, 사다리, 크레인 순으로 나타났으며, 건설업에서는 비계, 고소작업대, 지붕재, 사다리 등이 주요 위험요인으로 확인됐다. 이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 특정 설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SIF 데이터를 단순 공개를 넘어 '현장 적용형 안전관리 도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장은 유사 업종의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자체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고위험 작업에 대한 개선대책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위험성평가 시스템 학습 데이터로도 활용되면서, 산업현장 안전관리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SIF 데이터를 활용해 위험요인을 자동 분석하고 작업 전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실제 사고 사례 기반 정보를 통해 사업장이 스스로 고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개선하는 데 적극 활용해 주시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실효성 높은 안전보건정보 제공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