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업, '진흥' 빠지고 '책무'만 잔뜩

[사설] 통신업, '진흥' 빠지고 '책무'만 잔뜩

9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와 이동통신 3사 대표의 첫 만남은 아쉬운 뒷맛을 남겼다. 우리나라 통신산업 완전체라고 할만한 자리였지만, 내놓은 결과는 공공재로서 통신의 국가적 책무 이행을 다짐하는 선언문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정부에서 부총리로 승격됐다. 인공지능(AI) 3강이 최우선 국정 지표로 잡히면서 총괄 지휘권에도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런데 부총리의 안중에는 AI만 있을 뿐 통신은 없는 듯 보인다.

부총리로서 마주 앉은 통신업 수장에게 가장 먼저 받을 약속이 과연 데이터 안심제 같은 보편적 서비스 제공이었을까. 이미 통신비는 다른 물가 상승과 달리 역주행하고 있는데도 요금 인하에 가까운 정책적 압박이 먼저 필요했을까.

사실 회동을 갖기 전 일말의 기대는 있었다. AI 육성에 목숨을 걸고 있는 정부인만큼, AI 확산과 고도화에 필수적인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통신사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계획이 나오길 바랐다. 칩과 전력망만큼 중요한 것이 AI 네트워킹이기 때문이다.

6세대(G) 통신은 또 어떤가. 이미 미국은 근거리 위성통신 구현으로 앞서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걸음마도 못 뗐다. 이전 5G 글로벌 최초 상용화 때는 3% 세액공제 혜택이라도 있었지, 더 나아져야 할 6G에는 세액공제율이 높아질 기미조차 없다.

이렇듯 민간 통신기업의 수익성은 쥐어짜면서 투자는 투자대로 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신서비스가 일부 보편적 역할을 할 부분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나머지 요금이나 품질, 상품구성 등은 완전한 경쟁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통신 품질과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선택받고 수익을 얻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이번 공동선언에 담긴 중요한 한 꼭지인 AI 신산업 투자·혁신이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통해 여러 고비를 넘어왔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지금 반도체가 한껏 주목받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이 보릿고개에 있을 때 이를 뒷받침한 것은 ICT산업이었다. 그 뒤 안 보이는 곳에는 늘 정부의 ICT 진흥책이라는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우리 앞에 AI 네트워킹, 6G 등 통신 분야 게임체인저가 될 기회가 놓여 있다. 우리 통신 기업이 이 분야에서도 글로벌 최초·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자유롭게 경쟁적인 투자가 필수다. 이들을 뛰게 할 정부 진흥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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