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인공지능(AI) 규제 환경이 제도 설계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법 집행과 책임 부과 단계로 진입하면서 기업 지식재산(IP) 전략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글로벌 AI 규제 환경 변화와 지식재산 전략의 재편' 보고서를 통해 2024년까지 주요국에서 구축된 AI 규제 틀이 2025년부터 실제 집행 국면에 들어섰다고 21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6년 8월부터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해 핵심 의무를 단계적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규제 완화 기조 속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투명성 관련 법령이 강화되면서 기업이 직면하는 규제 환경이 다층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기업 IP 전략 역시 단순 권리 확보를 넘어 규제 대응과 리스크 관리가 결합된 '통합 거버넌스 체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기술 문서와 기업 영업비밀 보호 간 충돌 가능성이 주요 리스크로 꼽혔다.
기술 정보 공개 과정에서 권리 보호가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제출 문서 범위 설정과 비밀 유지 전략을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사적 IP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특허 전략 측면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미국 특허청(USPTO) 지침과 최근 판례를 분석한 결과, 단순한 AI 활용에 따른 효율 개선만으로는 특허 적격성을 인정받기 어렵고, 알고리즘 자체의 기술적 개선이 진보성 요건을 충족함을 입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다 정교한 명세서 작성과 기술 차별성 입증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데이터 관리 전략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수집 절차의 적법성을 기록·관리하는 상시 준법 감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록은 저작권 분쟁 발생 시 면책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책임 입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관리가 요구된다.
이밖에 AI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프롬프트 설계 과정에서의 인간 기여도를 기록하고, 계약 및 영업비밀을 활용한 다층적 보호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계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규제 집행이 본격화되고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기본법 시행 등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IP 전략은 더 이상 개별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컴플라이언스가 결합된 기업 리스크 관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