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단어는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다. 20여년 전 부상한 '유비쿼터스 도시(U-CITY)'는 2017년 '스마트도시'로 변경됐다.
용어는 바뀌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나'를 향하려는 노력은 여전하다. 다만, 제도적 뒷받침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조성 등 정책이 계속 보강되고 있지만 정작 현관문 안, 집안 내부에 대한 규정은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 주택법상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규정이 고작이다.
5년 전 월패드 해킹 사태 이후 끊이지 않는 소송 대부분은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쟁점이다. 조문 하나를 두고 3개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2023년 발표한 지능형 홈 구축·확산 방안이 수년째 표류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대책 발표 당시 정부는 “건설·가전기업 등이 서로 다른 규격의 표준을 채택해 가정에서는 자유롭게 기기를 연결해 활용이 어렵고 시장 형성도 제한됐다”고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했다. 하지만, 당시 언급한 문제점 가운데 제대로 해결된 건 거의 없다.
책임을 미루는 사이 아파트 빌트인 가전은 같은 회사 제품이어도 스마트홈 플랫폼에 등록조차 불가능하다. 건설·가전 회사는 홈커넥티비티얼라이언스(HCA) 등 우회로를 찾아 연결성을 확보하는데 급급하다.

최근 X(옛 트위터)는 실시간 자동번역 기능을 전면 도입했다. 언어가 달라도 소통이 가능해졌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연결이 현실이 됐다. 정작 집 안에서는 같은 회사 제품끼리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동시에, 어디에나'는커녕 어디에도 제대로 존재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는 저마다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 중앙 정부가 법령의 빈틈을 방치하는 동안,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방 행정이라도 빈자리를 살펴야 한다. 스마트홈 정책의 출발점은 거창한 도시 인프라가 아니라, 현관문 안쪽 1평짜리 공간이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