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 금융기법이란 무엇인가.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집요하게 던져온 질문이다. 이후 외국계 금융사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했고, 우리나라의 많은 엘리트들이 그곳에서 근무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배운 '선진 금융기법'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었다. 이른바 '백 투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법은 오히려 기초적이고 단순하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 상황도 매우 혼란스럽다. 계파 갈등, 리더십 공백, 여야간 극단적인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고,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 경제나 수출은 세계 10위권 수준이지만, 정치와 제도 운영 측면에서는 상황에 따라 30위권, 심지어 100위권 밖으로 밀리는 지표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굳이 한 사람을 예로 들자면 김종인이다. 그렇다면 그의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차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그때마다 위기를 돌파해 냈으며 이후 주요 선거에서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의 전략은 간단하다. 선거는 중도층의 표를 확보해야 승리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중도층이 선호하는 정책과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여러 차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보여준 공통된 패턴은 분명하다.
첫째, 정당의 이념적 좌표를 중원으로 이동시킨다. 우측 성향의 정당에서는 왼쪽으로, 좌측 성향의 정당에서는 오른쪽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선거의 승패는 결국 중도층이 결정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조직과 공천에 반영한다. 또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거리두기 리더십을 통해 공정성을 확보한다.
둘째, 공천을 통해 구조를 바꾼다. 말이 아니라 인적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개혁을 실행한다. 극단적 성향의 인물을 배제하고, 확장성이 있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한다. 과거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정청래, 이종걸 등을, 미래통합당에서는 홍준표, 김무성, 윤상현 등 전·현직 당 대표급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외과의사형 리더십'으로도 불린다. 문제의 원인을 빠르게 규정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력이다.
셋째, 정치 메시지를 '공감 가능성' 중심으로 재편한다. 이념적 선명성보다 국민 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 메시지를 선택한다. 우파 정당에는 경제민주화를, 좌파 정당에는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북 접근을 강조해 왔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 세력이 실패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금융과 정치가 만난다. 선진 금융기법의 본질이 'Back to the Basic'이라면, 정치 개혁의 본질 역시 다르지 않다. 원칙을 세우고, 구조에 반영하며, 끝까지 실행하는 것이다. 김종인의 강점은 바로 이 세 단계를 실제 권력 과정 속에서 구현한다는 점이다.
결국 정치 선진화의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새로운 이론이나 구호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원칙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실행력에 있다. 다가오는 선거든, 향후 정치 개혁이든 방향은 명확하다.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할 것인가'이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