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공급망 불안, 반도체 소재 원가 상승으로 번진다

반도체 제조공정. (사진=게티이미지)
반도체 제조공정. (사진=게티이미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반도체 핵심 원자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소재 업체의 원가 부담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나프타 기반 화학물질과 헬륨 수급 불안이 겹치면서 중동 리스크가 반도체 공정 전반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반 반도체 공정용 화학물질의 원재료 가격이 1분기에만 20~30%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가 대표적이다.

PO는 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얻는 원료로 생산된다. 최근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PO 기반 노광용 약품, 세정·식각용 제품 전반으로 가격 인상 압력이 번지는 양상이다. 이날 기준 국내 나프타 일본 수입가(C&F)는 톤당 971달러로, 연초 대비 약 80% 올랐다.

업계는 현재 재고로 5월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이후 더 높은 가격에 원재료를 매입해야 하는 만큼 공정용 화학물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GME(프로필렌글리콜메틸에테르)·솔벤트류 용매재는 이미 가격 인상이 이뤄졌고, 모노머 계열도 재고가 소진되면서 단가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인상분을 고객사에 모두 전가하긴 어려워 소재 업계가 일정 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은 나프타 수입량 중 51.6%를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 카타르에 의존한다.

나프타뿐만 아니라 헬륨 수급도 불안한 상태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과 공정 안정화에 쓰이는 핵심 가스다. 카타르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개월 안팎의 헬륨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헬륨 재활용 공정 재설계, 전략 품목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등 정부 주도의 중장기 공급망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빙현지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카타르를 대체할 수준의 품질과 물량을 단기에 확보하기는 어렵고, 정부의 수입단가 상승분 보조 지원도 운임·보험료·환율까지 고려하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헬륨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공정 재설계가 핵심인데,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수요 리스크 때문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공급망 안정화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카타르산 헬륨 수입 비중은 2025년 기준 64.7%로 중국 55.6%, 인도 53.2%, 일본 37.3%보다 크다. 미국은 2018~2021년 평균 카타르 의존도가 53% 수준이었지만, 최근 캐나다 생산 확대를 계기로 조달처를 분산하면서 이를 28%까지 낮췄다. 인도에서도 정부 산하 국영기업(ONGC)이 지난해 8월부터 헬륨 수입 의존도 완화를 위해 천연가스에서 헬륨을 회수하는 플랜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국가별 헬륨 수입 비중 (출처=각국 통계기관)
반도체 국가별 헬륨 수입 비중 (출처=각국 통계기관)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