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40〉미토스 '논리 해커' 쇼크…'AI 경쟁' 본질을 바꾸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선보인 추론 전문 모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가 AI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그동안 AI 시장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고,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며, 더 넓은 생태계를 장악하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하지만 미토스의 등장은 이 경쟁의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단순히 똑똑한 AI가 아니라, '누가 더 위험한 영역에서 AI를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운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임을 알리고 있다. 단순한 산업 혁신 도구를 넘어 금융, 통신, 클라우드, 국방, 에너지, 공공 인프라 등 국가와 산업의 심장부를 직접 움직이는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미토스는 단순한 코드 분석을 넘어,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소프트웨어(SW)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실제 공격 경로(익스플로잇)까지 설계하는 '보안 특화형 자율 지능'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통 보안을 자랑하던 운용체계 '오픈BSD'에서 27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결함을 찾아냈고, 16년 된 영상 SW(FFmpeg)의 취약점도 단숨에 간파했다. 가장 위협적인 대목은 여러 개의 미세한 논리적 결함을 엮어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취약점 체이닝(Vulnerability Chaining)' 능력이다.

이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단돈 50달러 남짓. 이제 해킹은 '천재의 영역'에서 '저렴한 자동화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결국 미래 AI 산업의 진입장벽은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 모니터링 체계, 보안 통제, 그리고 책임 있는 배포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AI 해커가 지배하는 미래는 가혹하다. 전 국가적 에너지 망을 관리하는 레거시(Legacy) 시스템에 미토스급 AI가 침투한다고 가정해 보자. 인간 해커라면 수개월간 정보를 수집하고 침투 경로를 모색해야 할 일을 AI 해커는 시스템의 미세한 틈 10여개를 1초 만에 발견해 연쇄적으로 폭발시킨다.

전력망 제어권이 탈취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분. 중앙 통제실 요원들이 이상 징후를 파악하기도 전에 도시의 불은 꺼지고, 반도체 라인은 멈춰 선다. AI가 인간의 '방어 속도'를 비웃으며 국가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는 '자율적 마비'의 시대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정교한 금융 범죄다. 미토스급 AI는 은행의 거대 보안망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수천개의 소규모 애플리케이션(앱)과 결제 모듈에 숨은 취약점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한다.

한밤중, AI 해커가 전 세계 수만 명의 계좌에서 단 1원씩, 수초 단위로 반복해서 자금을 빼돌린다고 가정해 보자. 시스템은 이를 단순한 네트워크 오류로 인지할 뿐이다. 날이 밝았을 때는 이미 수조원의 자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다. 인간 전문가가 로그 기록을 분석할 때쯤, AI는 이미 공격 경로를 스스로 수정해 흔적까지 지워버린다. '추적 불가능한 실시간 약탈'이 비즈니스의 일상을 위협하게 된다.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대중에 공개하는 대신, 미국계 빅테크 12곳과 40여개 핵심 기관만이 참여하는 폐쇄형 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출범시켰다. 이는 AI가 이제 모두에게 열린 도구가 아니라, 통제와 권한, 책임과 검증의 체계 안에서 다뤄져야 할 '권력'임을 시사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보안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모든 접근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체계로의 전면 전환이 시급하다. AI가 침투할 수 있는 레거시 환경의 논리적 맹점을 원천 차단하는 거버넌스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또, 'AI 공격을 막는 AI 방패'를 내재화해야 한다. 인간의 속도로는 AI 해커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가 취약점을 찾는 즉시 실시간으로 방어 코드를 생성하고 패치하는 '자율 방어 인프라'를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래스윙과 같은 최상위 글로벌 정보 공유망에 우리 기업들이 합류할 수 있는 외교적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AI 도입을 멈출 수 없다면, 그 AI가 오작동하거나 악용될 때 누가 어떻게 통제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설계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AI 확산에 걸맞는 '통제와 검증'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