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디자인] 기술을 '보이는 언어'로 번역하다…홈뷰티 디바이스 '쎄라쥬'

쎄라쥬
쎄라쥬

여성용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오랜 숙제가 있다. 고사양 기능을 탑재할수록 복잡한 구조와 불편한 사용성이 뒤따르며, 기술 우수성이 사용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술과 경험 사이 간극을 좁히는 일, 그것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였다.

카이스트 출신 여성 과학자들이 설립한 기술 기업 이너시아는 네 가지 피부과 시술 기술을 하나의 회로에 집약한 고사양 홈 뷰티 디바이스 '쎄라쥬(Theraju)'를 개발하며 기술 혁신을 이뤘다. 하지만, 곧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이너시아가 보유한 기술 정밀성과 프리미엄 가치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였다. 기존 시장 제품들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했고, 기술이 경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새로운 기준이 필요했다. 이 전환점에서 디자인전문기업 비밥과 협업이 시작됐다.

비밥은 이너시아의 회로 배치, 발열 구조, 무게 중심 등 기술적 조건을 면밀히 분석한 뒤 기술이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는 형태를 새롭게 설계했다. 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직선적 조형 언어는 제품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손목 각도, 버튼 배치, 그립감 등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 요소를 하나씩 개선했다. 버튼 오조작 문제와 거치 상태의 형태까지 세밀하게 조정하며, 단순한 외형 디자인을 넘어 사용 경험 전반을 재정의하는 과정이 이뤄졌다.

이 과정은 여러 차례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통해 반복 검증됐다. 이너시아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사용성 문제들이 드러났고, 디자인은 이를 해결하는 핵심 도구로 작동했다. 비밥 역시 기술적 제약을 공유하는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협업의 결과는 단순히 하나의 제품 개발에 그치지 않았다. 소재 선택, 양산 공정, 패키지, 브랜딩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디자인 언어가 구축됐다. 이너시아는 디자인을 통해 기술 방향성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고, 비밥은 기술과 긴밀히 결합된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협업 모델을 확장했다.

이너시아와 비밥의 협업은 산업통상자원부·한국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자인·기술협업 전주기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사업은 기술력을 보유한 창업·중소·중견기업과 디자인전문기업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상품화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를 지원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