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거점은 물론, 성남 판교·수원 광교 등을 중심으로 한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밀집한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집적지다. 이에 시행령이 클러스터 지정 범위, 인허가 단축, 수도권 역차별 해소 등 핵심 쟁점에 어떤 해법을 담느냐에 따라 반도체 특별법이 'K-반도체 생태계의 법제적 토대'가 될 수도, 현장과 괴리된 제도에 머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이미 인공지능(AI), 자동차, 방산,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도 대규모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앞세워 반도체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양산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만큼,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장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자신문은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한 주요 과제를 바탕으로 총 6회에 걸쳐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의 핵심 쟁점을 짚는다. 1~3회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범위, 인허가 단축, 수도권 규제 문제 등을 살펴보고, 4~6회에서는 인재 확보, 정책 골든타임, 거버넌스 구축 과제 등을 차례로 점검한다.

성남 판교에서 AI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 한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도 회사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판교권에 입지해 있더라도 시행령상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면 연구개발 인프라와 각종 특례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반도체 장비 부품 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 생산라인과 긴밀히 연계돼 있지만 산업단지 밖에 있다는 이유로 클러스터 지정 대상에서 빠지면 정책 지원에서도 소외될 수 있어서다. 이 기업 관계자는 “산업단지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되면 현장 기업들은 가장 먼저 역차별을 체감하게 된다”며 “입지가 아니라 산업 연계성을 기준으로 클러스터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와 광교 등 개별 입지에 자리한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는 시행령 기준에 따라 클러스터 지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 상당수가 대기업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생태계에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산업단지 안에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특별법의 실효성은 시행령에 달려 있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이 법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제도가 될지, 대규모 제조시설 지원에 머물지가 갈릴 전망이다.
시행령의 핵심은 클러스터 범위다. 반도체 산업은 대형 제조공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 후공정, 연구개발 기능이 함께 맞물려야 산업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런데 시행령이 산업단지 안 제조시설 중심으로 범위를 좁게 설정하면 판교·광교 테크노밸리나 개별 입지에 있는 기업 상당수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반시설 지원과 각종 특례가 정작 산업의 허리를 떠받치는 기업에는 닿지 못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실제 경쟁력은 그 주변에 연결된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에서 나온다. 설계와 장비, 소재, 연구개발이 맞물려야 기술 축적과 양산 경쟁력이 유지되는 만큼, 산업단지 밖 기업을 배제한 클러스터 지정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시행령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공장이 모인 지역'이 아니라 '반도체 기능이 집적된 지역'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제조시설 입지 여부보다 설계·소재·장비·후공정·연구개발 기능의 연계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도 반도체를 공장 유치 경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생산시설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공급망, 인력까지 함께 묶는 생태계 단위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시행령 단계부터 이런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결국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의 첫 시험대는 범위다. 산업단지 안 대규모 제조시설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현재 반도체 산업 구조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판교·광교 등 개별 입지의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까지 포괄할 기준을 마련해야 법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제조공장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팹리스와 소부장, 연구개발 기능이 함께 맞물려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시행령이 산업단지 안팎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개별 입지에 있는 기업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반도체 특별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