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생산라인과 공장 부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클러스터 안에서 인재를 길러낼 대학과 연구기능이 자리 잡아야 하고, 핵심 사업은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추진되어야 하며, 중앙정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장 행정은 지방정부와 협력 체계를 통해 풀어야 한다.
경기도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기존 규제로 대학 유치와 교육 기반 확충이 쉽지 않은 데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토지 보상과 전력·용수·폐기물 처리 등 기반 시설 구축 과정에서 속도와 일관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가 정책 결정 구조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도 시행령 보완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는다.
이번 4~6회에서는 인재 확보, 정책 일관성, 거버넌스 구축 문제를 차례로 살펴본다.

경기도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지방정부 역할을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공장 부지 조성과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 시설 구축, 환경 인허가, 주민 민원 대응, 정주 여건 조성 등 상당수 실무가 지방 행정과 맞닿아 있지만, 정책 결정 구조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이 현장에서 속도를 내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 논의에서 거버넌스 문제가 핵심 과제로 제기되는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사업 단계별로 담당 기관이 나뉘어 있다. 국가산단 지정은 국토교통부, 일반산단 승인은 용인시, 광역 단위 인허가와 조정은 경기도가 각각 맡는다. 기업 애로 해소와 기반 시설 협의, 민원 대응은 각 시·군과 공공기관으로 이어져 현장 조정 구조가 복잡하다.
기관별 역할이 나뉜 상황에서 조정이 늦어지면 현장 의사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처럼 사업 속도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이런 행정 구조가 사업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도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가 정책 결정 구조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특별법상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에는 지자체 참여 근거가 명확히 담겨 있지 않고,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협의체 역시 지자체의 역할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허가와 민원 대응, 기업 소통, 기반 시설 협의는 지방정부 실무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제도상 참여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지방정부 의견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
경기도는 시행령에 지방정부 역할을 선언적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 절차로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혁신성장지원단에 광역 지자체 공무원의 파견·참여 근거를 명시하고,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협의체 구성 과정에서도 시·도지사가 관내 기업과 연구기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광역과 기초 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정책이 현장 집행 단계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중앙정부가 큰 방향을 정하더라도 실제 인허가, 기반 시설, 민원, 정주 여건 조성은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과 직결되는 만큼 시행령 단계에서 역할과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도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중앙정부가 계획을 세우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지방정부가 인허가와 민원, 기반 시설 협의를 대부분 맡게 된다”며 “시행령에 지자체 참여와 조정 체계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현장 집행의 속도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