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반복 체불 사업주 명단을 공개하고 금융·입찰·구인까지 전방위 제재를 가동하면서, 임금체불을 사실상 '중대 범죄'로 다루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고액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한 사업주 187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298명에 대해 신용제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 적용된다. 기준은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체불로 유죄가 확정되고, 1년 내 체불액이 3000만 원 이상(신용제재는 2000만 원 이상)인 경우다.
명단 공개 대상자는 향후 3년간 고용부 누리집 등에 이름과 나이, 사업장 정보, 체불액 등이 공개된다. 동시에 정부지원금 제한, 국가계약 입찰 제한, 구인 활동 제한 등 각종 불이익이 뒤따른다.
신용제재 대상자는 한국신용정보원에 체불 정보가 제공돼 최대 7년간 대출 등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는다.
특히 이번 명단 공개 대상부터는 법 개정에 따라 출국금지 조치까지 가능해지고, 공개 기간 중 추가 체불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반복 체불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체불 행태의 고질성이 드러난다. 여행업을 운영한 한 사업주는 3년간 9명에게 1억2000만 원을 체불하고도 신규 채용을 반복하며 임금 지급을 회피했다. 건설업 사업주는 88명에게 2억 원 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여러 차례 처벌에도 불구하고 체불을 반복했다.
제조업 사업주의 경우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례도 포함됐다. 건설 현장을 옮겨 다니며 공사대금을 '돌려막기'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제도 도입 이후 누적 명단공개 3686명, 신용제재 6232명에 달하는 등 제재를 확대해 왔다. 올해 4월 기준으로도 각각 187명, 298명이 추가되며 관리 대상이 계속 늘고 있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자 생계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고액·상습 임금체불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면서, “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정형 상향 등 강화되는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해 임금체불을 가벼이 여기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라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