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전 탑승자 132명이 전원 사망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동방항공 5735편 추락사고가 조종사의 고의였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고기는 지난 2022년 3월 중국 쿤밍에서 광저우로 향하던 중 갑자기 실종됐다. 이후 조사에서 사고기가 상공 8800m에서 급강하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고의적 사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중국 당국은 '유언비어'라고 못 박으며 정확한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자료 공개 요청으로 공개된 자료에는 사고기가 당시 급강하하며 최소 360도 회전해 뒤집힌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가 비행 중 연료 차단 레버 2개를 동시에 차단 위치로 옮겼고, 연료 공급이 차단되자 즉시 기체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당시 기장과 부기장이 잡고 있던 조종간은 정반대 방향으로 잡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급강하와 동시에 기체가 빠르게 회전한 것으로 보인다. 조종간은 자동차 핸들과 비슷하지만 비행기의 기울기를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NTSB에서 근무했던 제프 구제티 전 사고조사관은 “두 조종사 사이에 다툼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비행기를 회전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게 조종간을 움직여 회전하는데, 데이터에는 조종간이 마구 앞뒤로 움직인 것으로 기록됐다. 조종사가 힘겹게 조종간을 움직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료 차단 레버는 버튼 두개를 모두 움직여야 연료가 차단된다. 항공 안전 컨설턴트이자 은퇴한 항공기 조종사인 존 콕스는 “조종사가 레버를 작동 위치에서 차단 위치로 움직여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며 조종사 한 명의 단독 행동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같은 기록을 종합해 전문가들은 조종실 내부에서 한 조종사가 고의적으로 추락을 유도하고, 다른 조종사가 이를 막아서며 몸싸움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갈등이 있었는지는 현재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공개하는 자료가 매우 제한적인데다, 하강 중이던 약 2만 6000피트 고도에서 비행기록장치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으면 전력 공급이 차단돼 기록장치도 꺼진다. 또한 추락 여파로 블랙박스가 심하게 손상된 문제도 있다.
구제티 전 조사관은 “사고기는 최대 40도에 달하는 각도로 하강했다. 에어쇼에서 곡예비행기가 선보이는 움직임과 같다”며 “이러한 급격한 기동으로 인해 승객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