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대만 타이중 공항에 도착했다. 세계혁신대학랭킹(WURI)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제남대학으로 가는 길이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뒤, 중간 정류장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환승 시간을 놓칠까 봐 급히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손에 있어야 할 모바일폰이 없었다. 주머니를 뒤지고 가방을 열어보았지만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 중 최악의 사고는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모바일폰을 잃어버리니, 삶 전체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연락처, 일정표, 이메일, 사진, 은행 계좌, 탑승권, 호텔 예약, 지도까지--과거에는 내가 세상을 들고 다녔다면, 이제는 세상이 모바일폰 안에 들어가 있다.
허둥지둥 버스회사 사무실로 달려가 버스기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직원은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경찰에게 가세요.” 외국에서 길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서를 찾는 일은 당황스러웠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젊은 경찰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대합실에서 잠시 쉬고 계십시오.”
작은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세상을 손안에 넣겠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과장된 표현처럼 들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는 정확히 미래를 본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도 예측 못했을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다가왔다. 세상이 내 손안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손안의 작은 기계를 잃어버린 순간, 세상이 나를 버린 것이다.
모바일폰이 없어진 순간, 나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음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어느 호텔로 가야 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번호 하나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그제야 깨달았다.
![[에듀플러스]〈기고〉대만 버스터미널에서 되찾은 나 자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12/news-p.v1.20260512.212dfda1f31f4210b1036736511a2d68_P1.png)
원래 모바일폰은 인간이 만든 '도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간이 그 도구를 따라 움직이게 되었다. 내가 모바일폰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모바일폰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식당에서도, 공항에서도,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모바일폰 화면을 내려다본다. 현대인은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바일폰 없이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바로 그때 경찰관이 소식을 전해왔다. “찾았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사람처럼 안도감이 밀려왔다. 모바일폰을 다시 손에 쥔 순간, 세상이 다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젊은 경찰관의 조용한 한마디가 나에게 선물로 준 15분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나 스스로를 찾게 해준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 작은 결심을 하나 했다. 가끔은 모바일폰 없이 걷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전화번호 몇 개 쯤은 외워 두자고. 그리고 최소한 내 삶의 방향만큼은, 내가 직접 결정하며 살아가자고.
대만의 한 작은 버스터미널에서 잠시 잃어버린 모바일폰 덕분에,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린 지도 몰랐던 '나 자신'을 되찾았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AI경영학회 창립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