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무 시간이 많은 나라일수록 비만 인구 비율도 높게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0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에서 관련 연구가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연구를 맡은 프라디파 코랄레-게다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박사는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된 국가일수록 비만 문제 역시 두드러지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OECD 회원국 33개국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연간 평균 노동 시간이 1% 줄어들 경우 비만율은 평균적으로 0.16% 감소하는 흐름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코랄레-게다라 박사는 직장 내 스트레스가 체내 지방 축적과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릴 수 있으며, 현대의 업무 환경은 활동량 자체를 감소시켜 에너지 소비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삶의 균형이 개선되면 스트레스 관리가 쉬워지고, 식습관과 운동 습관 역시 긍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처럼 평균 근로 시간이 긴 지역에서는 비만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평균 칼로리와 지방 섭취량이 더 많은 편임에도 비만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의 경우 성인 10명 가운데 약 3명이 비만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노동 시간을 20% 줄이는 주 4일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영국 내 비만 인구가 약 50만 명 감소하는 효과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노동 시간과 비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별 경제 수준이나 생활 환경 등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4일 근무제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이번 연구를 근거로 근무 시간 단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 4일 근무 재단'의 캠페인 담당자인 제임스 리브스는 “임금 감소 없는 주 4일제가 시행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 방식을 선택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 경제문제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스노든은 “영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노동 시간이 이미 짧은 편에 속하지만 비만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주 4일제가 비만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영국 정부 역시 현재로서는 주 4일 근무를 강제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근로자들이 유연근무제를 보다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