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HTML5 게임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누적 이용자 100만 명을 눈앞에 둔 1인 개발자가 있어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김환희 서브레벨게임즈 대표다. 50여 종의 게임을 직접 만들어 96만 명의 이용자를 모은 그는 지금 이 시점이 HTML5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김환희 대표는 넥슨코리아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 라인게임즈에서 14년간 게임 기획·테크니컬디자인·R&D를 담당한 게임업계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가 대형 게임사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거대함의 역설'이었다.
“처음 넥슨에서 일할 때는 5인 팀이었다. 많은 일을 했고 게임 전체가 보였다. 그런데 팀이 커질수록 내 파트는 줄어들었고, 내가 만드는 게임을 점점 파악할 수 없게 됐다.”
작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독립으로 이끌었다. HTML5는 그 선택을 현실로 만들어준 기술이었다. 하나의 게임으로 웹, 구글플레이, 앱인토스,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고, 개발과 배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경기도 판교에 서브레벨게임즈를 세웠다.

HTML5 게임이 '이제 진짜 시장이 열린다'는 말은 2017년부터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금이 그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한다.
“2017년은 플래시에서 HTML5로 주도권이 넘어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웹에서도 게임이 된다는 정도의 기술적 증명이었다면, 지금은 V8 엔진 최적화와 플랫폼 간 호환성 확보로 HTML5가 업계 표준이 됐다.”
여기에 결정적 변수가 더해졌다. 위챗·토스 같은 슈퍼앱의 앱인앱(App-in-App) 환경이 등장하면서 HTML5 게임이 접근할 수 있는 이용자 풀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생성형 AI다.
“자바스크립트는 생성형 AI가 가장 잘 다루는 언어 중 하나다. 코드를 만들고 브라우저에서 확인·수정하는 것도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엔진 기반 개발에 비해 훨씬 쉽다.” 그는 AI 덕분에 HTML5 게임 개발의 진입 장벽이 실질적으로 낮아졌다고 평가한다.
AI 활용에 있어 김 대표의 접근은 단순하지 않다. 그는 클로드(Claude)를 개발의 핵심 도구로 쓰면서도, 분명한 원칙을 세워뒀다.
“처음에는 내가 잘 못하는 일을 AI에 맡겼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일을 맡기고 내가 검수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나서 개발 속도가 크게 올랐다.” 그가 말하는 '잘하는 일'은 퍼즐 게임의 레벨 구성, 즉 절차적 콘텐츠 생성(PCG)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다.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결과물 차이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고 본다. “이상한 색감, 안 맞는 이펙트 타이밍, 가끔 오류가 나는 부분을 개발자는 참을 수 없어하고 비개발자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화가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색을 보는 것과 같다.” 요즘 범람하는 'AI 슬롭(저품질 AI 생성물)'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AI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AI가 만들고 내가 평가해 시장에 내보내는 프로세스 자체는 다르지 않다. 저품질 결과물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판단의 품질 때문이다.”

50여 종을 만들어온 개발자가 끝내 지켜온 원칙이 있다. '끝을 설계하는 것'이다.
“게임이 더 이상 유저에게 새로운 배움을 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나는 게임 안에 반드시 끝을 넣는다. 최대 레벨이 되든, 다른 방식이 되든.” 무한 반복과 과금 유도 대신 명확한 완결을 설계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최근 스팀에서 유행하는 2~3시간짜리 짧은 게임 트렌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의 시선은 이미 게임 개발 너머를 향하고 있다. 파티클 툴,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툴, 나인슬라이스 툴 등을 자체 개발해 신작 〈컬러레일: 보석 싣고 고〉에 이미 적용했다. 방향은 국산 HTML5 엔진의 공개다.
“유니티 엔진에 준하는 인프라를 갖춘 국산 HTML5 엔진을 만들고 싶다. 퍼즐 게임의 레벨 생성 등 절차적 콘텐츠 생성에 강점을 갖추고, 2D·3D를 모두 지원하면서 멀티플랫폼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 목표다.”
누적 이용자 100만 명을 코앞에 두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떤 게임이 잘 될지는 시장에 나와 유저의 평가를 받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몇 년이 지나도 가끔 생각나는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