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AI 클라우드 전환사업 논란…“범위·기간 모두 과중”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시작으로 국내 공공의료원의 병원정보시스템(HIS)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정부 사업을 두고 업계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초 '실증·전환 사업'으로 기획됐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차세대 HIS 구축사업에 가까운 수준의 요구사항이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기간과 예산 대비 과업 범위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공공 병원정보시스템 AI 클라우드서비스 개발 검증 지원' 사업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업 목표 개요
사업 목표 개요

사업은 내년 말까지 약 2년간 총 270억원 규모로 추진한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HIS를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반 AI 서비스 형태로 전환·검증하는 게 목표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우선 대상으로 AI 클라우드 기반 HIS를 구축·적용한다. 두 의료원 적용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전국 35개 지방 공공의료원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 성격이 '실증'과 '구축'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는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임상검사정보시스템(LIS), 약국관리시스템(PMS), 병원경영정보시스템(MIS) 등 최소 5개 핵심 시스템을 포함해 공공병원 업무 전반을 포괄하는 HIS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조와 멀티테넌시,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대응, AI 기능 적용,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재해복구(DR), 운영 전환까지 구현해야 한다. 새 AI 클라우드 시스템을 병원이 안정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기존 시스템으로 원복하는 방안까지 마련하도록 했다. 공모안에는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와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 추진”이라고 명시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실증사업 형식이지만 실제 요구 수준은 통상적인 실증 범위를 넘어 사실상 차세대 HIS 구축사업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과업 중요도에 비해 촉박한 일정과 제한된 예산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차세대 공공의료기관 통합 플랫폼 목표 데이터 구성도 예시
차세대 공공의료기관 통합 플랫폼 목표 데이터 구성도 예시

사업자는 오는 22일 참여 접수를 시작으로 평가를 거쳐 최종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자는 연내 1차 결과물을 제출하고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내년 말까지 최종 고도화와 실증, 운영 전환을 완료해야 한다.

HIS 특성상 안정성이 핵심인 만큼 실제 운영 전환까지 추진하는 데 상당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IS 장애가 발생할 경우 외래·입원·수납·처방·검사 등 병원 전체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전국 지방의료원으로 확산 가능한 공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지만 구축, 실증, 운영 전환 개념이 혼재돼 있고 사업 중요성과 상징성 대비 기간이 짧아 참여를 준비하는 기업들 부담이 상당하다”며 “기술 난도가 높은 데다 AI 적용 방향성과 운영 안정성까지 함께 입증해야 해 까다로운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