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차량 전동화 흐름은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다품종 대응 시험대에 올랐다. 유럽, 하이브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등으로 수요가 세분화되면서 배터리업계의 제품 전략도 맞춤형 포트폴리오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플러그인 전기차(PEV) 판매는 406만8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한 전동화 차량(xEV) 침투율은 39.2%를 기록했다. 순수 전기차 중심 성장은 둔화됐지만 차량 전동화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별로는 유럽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플러그인 전기차(BEV·PHEV) 판매는 190만18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고, 미국도 24만4005대로 33% 감소했다. 반면 유럽 15개국은 109만4146대로 28% 증가했다.
EV볼륨스는 올해 글로벌 PEV 판매가 2273만7000대로 전년 대비 5.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북미는 각각 0.4%, 8.1% 감소하는 반면 유럽과 기타 지역은 각각 16.2%, 29.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중심 생산 전략을 다품종 대응 체제로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고성능 전기차용 삼원계(NCM) 배터리 중심 대량 공급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유럽 전기차, PHEV·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하이브리드, ESS, LFP 등으로 수요가 세분화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와 LFP, 원통형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 ESS와 LFP, 전고체 등 차세대 제품 전략을 강화한다. SK온도 수익성 개선과 함께 ESS용 LFP 배터리와 파우치 기반 팩 솔루션 등으로 대응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전기차와 PHEV, 하이브리드가 병행되면서 셀 업체는 화학계와 폼팩터 조합을 다양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소재·장비 업체 역시 LFP, 미드니켈, 실리콘 음극재, 건식전극, 각형·원통형 장비 등으로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장비 업체는 특정 고객사의 특정 라인에 맞춘 대형 수주만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셀 업체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 시점과 규모를 조정하고 있어 수주가 단기에 결정되거나 프로젝트별로 쪼개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객사가 몇 년 단위로 큰 방향을 정하고 라인 투자를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수요와 정책 변화에 따라 투자 판단이 훨씬 짧아졌다”며 “셀 업체는 물론 소재·장비 업체도 특정 제품이나 특정 고객사 의존도를 낮추고 여러 폼팩터와 응용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