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 질환자의 치료 기회가 대폭 확대되고 미래 에너지 생태계 조성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낡은 규제에 막혀 진척되지 못했던 첨단재생의료 시술과 도심 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 등 신산업의 핵심 빗장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전격 해제되면서다.
산업통상부는 26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총 12건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과제를 심의·의결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첨단재생의료 분야다. 현행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르면, 인체 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원칙적으로 '임상연구'가 완료된 경우에만 허용된다. 이로 인해 상업용 임상시험 결과가 존재하는 유망한 세포치료제조차 환자에게 곧바로 투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위원회는 바이젠셀과 여의도성모병원이 신청한 자가면역 세포치료제(VT-EBV-N)에 대해 특례를 부여했다. 앞으로 상업용 임상시험 결과만 확보되어 있다면 희귀 림프종 환자(EBV 양성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에게도 첨단재생의료 시술이 가능해진다. 해당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백혈구를 활용해 표준 치료 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잔여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을 억제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첨단재생의료 제도 시행 이후 최초의 상용화 치료 사례”라며 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수소에너지 생태계의 골든타임을 앞당기기 위한 입지 규제도 완화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은 기체수소 기반 시설(저장용기, 연료전지 등)을 전면 지하화하고, 지상에서 기체수소를 공급하는 모델을 실증한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는 일반 가스 제조시설의 지하 설치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아 도심 내 수소 인프라 구축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었다. 이번 실증을 통해 지하 시설의 안전성이 검증되면, 향후 도심 지역 내 지하 수소충전시설 도입이 본격화하며 수소경제 활성화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해운·수송 분야의 탄소중립과 비용 절감을 이끌 혁신 실증도 통과됐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컨소시엄은 해상에서 e-메탄올을 생산하기 위해 단일 선박에서 액화이산화탄소(LCO2)와 메탄올을 교차로 저장·운송하는 시스템을 실증한다. 화물창의 저장 물질이 바뀔 때마다 변경 신고를 해야 했던 기존 법령의 한계를 넘어, 단 1척의 선박만으로도 교차 저장이 가능해져 선박 운용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김성열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앞으로도 기업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현장의 거미줄 규제를 신속히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