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고려대-하버드대, 인공지능과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 결합해 치명적 박테리아 신속 판별

(위 왼쪽부터) 하버드 의과대학 김영탁 박사(제1저자), 고려대학교 KU-KIST융합대학원 조주은 연구원(공동저자), 황민지 연구원(공동저자) (아래 왼쪽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정빈 교수(공동저자), 하버드 의과대학 도신호 교수(교신저자), 고려대학교 KU-KIST융합대학원 임동권 교수(교신저자)(사진=고려대)
(위 왼쪽부터) 하버드 의과대학 김영탁 박사(제1저자), 고려대학교 KU-KIST융합대학원 조주은 연구원(공동저자), 황민지 연구원(공동저자) (아래 왼쪽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정빈 교수(공동저자), 하버드 의과대학 도신호 교수(교신저자), 고려대학교 KU-KIST융합대학원 임동권 교수(교신저자)(사진=고려대)

1분 1초가 급한 중증 감염 환자들을 위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인균을 찾아낼 길이 열렸다.

고려대학교는 임동권 KU-KIST융합대학원 교수와 도신호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이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해 14종 박테리아를 96.1%의 정확도로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에서 박테리아 종류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 배양 검사는 결과를 얻기까지 최소 3일 이상이 걸린다. 빛을 이용해 물질의 고유한 분자 정보를 읽어내는 '라만 분광법'을 활용하면 박테리아마다 다른 '분자지문'을 신속하게 포착하지만 신호가 약하고 스펙트럼이 복잡해 실제 진단에 활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금속 나노입자를 이용해 라만 신호를 증폭하는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ERS)'에 주목했다. SERS의 성능은 나노입자, 리간드, 빛의 파장 조건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지금까지 박테리아 구분(동정)에 가장 효과적인 조합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 AI가 박테리아를 정확하게 식별한다 해도, 어떤 논리에 따라 판단을 내렸는지 정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에듀플러스]고려대-하버드대, 인공지능과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 결합해 치명적 박테리아 신속 판별

이에 연구팀이 SERS 성능을 최적화하는 조건을 비교한 결과, 박테리아 표면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당 분자인 '만노스'를 입힌 금 나노입자와 532나노미터(nm) 파장의 레이저 조합을 사용했을 때 박테리아를 가장 정확하게 구분했다. 이 조건에 딥러닝 모델을 결합했더니 14종 박테리아를 96.1%의 정확도로 분류했고, 효모·그람양성균·그람음성균의 3개 미생물 범주와 대표적 항생제 치료 5개 범주 중 어디에 속하는지도 98.6%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AI가 라만 스펙트럼에서 각 박테리아를 특징짓는 핵심 신호를 추려내고, 이를 일종의 '분자 바코드' 형태로 정리했다. 복잡한 라만 스펙트럼을 직관적으로 체계화해, AI가 박테리아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판단 근거를 제시한 셈이다.

도신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박테리아 고유의 분자지문을 더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 준 사례”라며 “앞으로 감염성 질환을 넘어 다양한 질환 진단으로 확장될 수 있는 차세대 진단기술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동권 교수는 “기존에 복잡하고 해석이 어려웠던 박테리아 라만 스펙트럼을 보다 직관적이고 신뢰성 있게 분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며 “향후 실제 임상 환경에 가까운 복잡한 검체·슈퍼박테리아 등의 구분도 가능한 정밀 진단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본 연구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ACS Nano' 온라인에 4월 15일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6년 20권 18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