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서 말하는 인공지능(AI)은 범용인공지능(AGI)나 초인공지능(ASI)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로 한정하고자 한다. 인간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AGI나 ASI가 등장한다면 전혀 다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LLM은 여전히 실수도 많고 불완전하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 현재의 시장 구조에 적용될 때 생길 수 있는 우려를 이야기하고 싶다.
소프트웨어(SW) 개발에서 AI는 이미 놀라운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의 회사도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AI에게 여러 코드 개발을 맡겨 보았다. 특히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면서 놀랐던 것은 단순히 코드를 빠르게 작성한다는 점이 아니었다. AI가 만든 코드에서 때때로 '아름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길게 반복문을 돌리며 처리했을 일을 AI는 몇 줄의 간결한 구조로 해결했다. AI가 만든 코드, 데이터 구조, 설계가 인간보다 더 합리적이고 아름다운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주판과 GPT를 모두 경험한 세대다. 주산 학원, 데스크톱, 인터넷, 모바일을 거쳐 이제 AI 혁명을 목격하고 있다. 인류가 330만년 동안 석기시대를 살아온 것에 비하면, 불과 한 세기 안에 벌어진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그리고 다음 변화의 중심이 AI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AI는 이전의 인터넷·모바일 혁명과 다른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바로 'Winner Takes All', 즉 승자독식의 가능성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하나의 통로였다. 그 통로 위에서 네이버, 구글, 수많은 SW 회사, 물류 회사, 콘텐츠 기업이 성장했다. 하지만 LLM 기반 AI는 다를 수 있다. 물론 성수동 맛집처럼 특정한 주제를 깊게 다루는 스타트업의 기회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AI는 인터넷의 거의 모든 데이터와 책, 글, 댓글, 반응을 학습하는 거대한 데이터 흡수 장치다. 개별 기업이 특정 영역을 연구하는 속도보다, 거대 AI 모델이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하는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남긴 글과 사진, 영상, 반응이 실시간으로 AI의 학습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블로그에 특정 탁구채에 대한 후기를 남기면 AI가 이를 학습하고, 이후 다른 사람에게 그 제품을 평가하면서 내가 쓴 글을 바로 언급할 수 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누른 '좋아요'가 어느 카페를 추천하는 근거로 쓰일 수도 있다. 선의로 인터넷에 올린 정보가 곧바로 AI 회사의 상업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이 거대한 AI는 수많은 창작자나 사용자보다, 결국 극소수 기업의 주주와 임직원을 먹여 살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벤처캐피털이 여러 기업에 돈을 나누어 투자하기보다, 막대한 자본을 소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승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AI 서비스 시장 자체보다 초거대 기업을 위한 인프라에 돈이 몰린다는 점은, 이 혁명의 혜택이 다수 기업이 아니라 극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AI는 이미 우리의 불편함을 크게 줄여 주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는 날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AI가 특정 국가나 몇몇 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폰의 첫 버전도 당시에는 혁명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앱스토어도 없고, 배터리도 하루를 못 가는 미완성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지금의 AI도 앞으로 많은 변화와 개선을 거칠 원형의 기술이다. 이 기술이 진정한 혁명이 되려면, 데이터를 보호하고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통로 기술'로 발전해야 한다.
진성열 법틀 대표 sean.jin@bup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