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030년 태양광 87GW 승부처는 지붕”…AI가 재생에너지 판 바꾼다

인천 남동구에 설치된 '모햇발전소 2089호' 현장. 사진 출처 : 에이치에너지
인천 남동구에 설치된 '모햇발전소 2089호' 현장. 사진 출처 : 에이치에너지

산도, 들도 아니다. 2030년 태양광 87GW 시대 승부처는 전국 산업단지와 공장 지붕 위에 있었다.

인천 남동구 '모햇발전소 2089호'.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들어선 지붕 위에서 안전관리자가 발전 데이터를 확인하며 설비 상태를 점검했다. 발전량 저하 요인은 없는지, 인버터와 구조물에 이상은 없는지 살피는 손길이 분주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구 에이치에너지 본사에서는 인공지능(AI)이 발전소 설계 도면을 작성하고 수십 종의 인허가 서류를 자동 생성하고 있었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발전소를 관리하고, 사무실에서는 AI가 발전소를 설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가운데 태양광은 87GW를 차지한다. 하지만 산과 임야를 활용한 대규모 부지는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산업단지와 공장, 물류센터, 건물 지붕 등 전국에 흩어진 유휴 공간을 얼마나 빠르게 발전 자산으로 전환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는 “2030년까지 국내에 87GW에 달하는 태양광 인프라를 설치해야 하는데 대규모 부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전국 산업단지와 공장, 물류센터 지붕에 잠들어 있는 수백만 개의 유휴 공간을 발전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속도다. 기존 태양광 시장은 설계와 인허가를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구조여서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에이치에너지는 AI 에이전트 '헬리오스 마스터리'를 통해 발전소 설계와 인허가 문서 작성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전문가 숙련도에 의존하던 업무를 소프트웨어가 대체하면 사업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함 대표는 “사람이 직접 설계하고 인허가를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보급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AI를 활용해 설계와 인허가를 자동화해야만 태양광 보급이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회사는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이 시공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AI를 활용해 설계와 인허가 비용을 낮추면 그동안 경제성이 부족해 방치됐던 소규모 지붕도 사업 대상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진 수많은 '롱테일(Long-tail)' 자산이 새로운 발전소 후보지로 떠오르는 셈이다.

경산 현장의 안전관리 활동도 같은 맥락이다. 발전소를 짓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발전 효율과 자산 가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87GW 시대의 승부처는 결국 전국 지붕 위에 있다. 그리고 그 지붕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열쇠는 AI와 데이터가 쥐고 있었다.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

◇발전소도 금융자산 된다…“재생에너지 소유구조 바뀐다”

에이치에너지는 발전량과 부품 노후도, 유지보수 이력 등을 분석한 '솔라온케어 지수(SoCI)'를 통해 발전소 상태를 평가하고 있다. 발전소를 단순 발전설비가 아닌 데이터 기반 자산으로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함일한 대표는 “지금까지 소규모 태양광은 발전소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이 부족했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소 가치를 수치화하면 금융기관도 미래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고 자산 거래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치에너지는 AI로 절감한 비용과 수익을 건물주와 지역 시공사,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함 대표는 “재생에너지 시대의 핵심은 발전소를 누가 소유하느냐의 문제”라며 “AI가 제거한 비용과 마진을 지역사회와 시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진정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전관리자가 태양광 발전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안전관리자가 태양광 발전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