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알고리즘'과 '좋아요'는 투표하지 않는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한참이나 남은 어느 날이었다. 밤마실을 나갔다.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산책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인적이 드물었던 지하철역 사거리. 특정 정당의 점퍼를 입은 젊은 후보가 보였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패널을 들고 있었다. 기호는 'X-가'. 주변에는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 후보의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고 영상도 찍고 있었다.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곧 하던 행동을 그대로 계속하고 있었다. 악수와 인사는커녕 다가오지도 않았다. 슬쩍 쳐다보기만 할 뿐, 영상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무자본 독립영화를 찍는 모습이었다.

빨간불이었던 사거리 건널목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갑자기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패널을 들고 있던 'X-가' 후보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마주 오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인사하며 걸어갔다. 그리고 그 장면은 빠짐없이 핸드폰 카메라에 담겼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온 동네 주민 한 사람에게는 끝내 인사 한마디 없었지만, 영상 속에서는 아마도 주민과 소통하는 'X-가'번 구의원 후보의 모습이 남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마지막 선거운동 날 SNS에서 확인한 그 영상의 '좋아요' 숫자는 34명. “밤에도 열심히 걷겠다”는 메시지와 함께였다.


적어도 선거일만큼은 카메라도, 조회수도, 알고리즘도 힘을 쓰지 못한다. 결국 동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만 남는다. 그날 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지나가던 동네 주민은 'X-가' 후보에게 인사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나를 알아봐 주었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알아보느냐이기 때문이다.

[ET톡] '알고리즘'과 '좋아요'는 투표하지 않는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