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이 에콰도르의 침보라소(Chimborazo) 화산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기술 매체 인터레스팅엔지니어링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번 등정에 성공한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G1을 개조한 휴머노이드 로봇 '펨바(Pemba)'입니다. 프로젝트팀에 따르면 펨바는 최근 해발 약 6,200m 높이의 침보라소 정상에 도달했으며, 향후 에베레스트 등정에도 도전할 계획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야생동물 관찰과 불법 벌목·밀렵 감시, 환경 변화 추적 등에 활용되는 고정형 카메라·센서 네트워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동형 로봇이 고정형 장비보다 넓은 지역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이 구상하는 미래형 로봇은 카메라와 각종 센서, 위성 통신 장비, AI를 탑재한 채 넓은 지역을 스스로 이동하며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 형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에너지와 스타링크(Starlink) 같은 위성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침보라소 등정이 완전한 자율 등반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펨바는 경사도 30도 이하의 비교적 완만한 구간에서는 스스로 걸었지만, 더 가파르고 험한 구간에서는 탐험대원들이 직접 로봇을 운반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강화학습 기술을 활용해 로봇이 더욱 거친 지형에서도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성능을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보행 능력만이 아닙니다.
고산 지대는 전자장비와 배터리에 매우 가혹한 환경입니다. 극심한 추위와 급격한 온도 변화, 냉각 성능 저하 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로봇 보호복에 맞춤형 열 관리 시스템과 환기 장치를 적용했습니다.
앞서 유니트리 G1은 중국 알타이 지역에서 진행된 시험에서 영하 47.4도의 혹한 속에서도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개조 역시 이러한 극한 환경 테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히말라야 산맥입니다. 네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오로직 돔과 네팔의 탐험 전문 기업 포틴 피크스 익스페디션(Fourteen Peaks Expedition)은 에베레스트에서 로봇 연구 임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로봇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부터 해발 약 8,000m에 위치한 캠프4 구간까지 이동하며 배터리 성능과 이동 능력, 관절 내구성, 환경 적응력 등을 시험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러한 로봇이 에베레스트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와 빙하 관측, 수색·구조 활동, 환경 조사 등 다양한 임무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