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인프라 확보전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들은 6G 전환과 AI 대중화에 맞춰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통신 정책과 전략의 부재 속에 통신사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며 경쟁력 후퇴 우려가 나온다.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서 통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투자를 활성화해 산업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3회에 거쳐 모색한다.

〈1〉AI 시대, 통신 정책 전환 필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트래픽 중 AI 관련 트래픽은 월평균 258엑사바이트로, 2023년에는 2541엑사바이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 폭증하는 AI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네트워크 인프라가 AI전환(AX) 성공을 좌우할 열쇠로 부상한다.
미국 AT&T는 최근 향후 5년간 2500억달러(약 382조원)를 AI 시대를 대비한 통신 인프라 현대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치텔레콤은 2027년까지 서비스 매출의 약 21%를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에 재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에서는 통신사가 시장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고,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밑바탕에는 '시장 자율'이 작동한다.
지난해 AT&T의 매출 대비 상각전영업이익율(EBITDA)은 35.9%, 영국 BT는 41.4%다. 세계 주요 통신사 평균 EBITDA 마진율은 32.8%였지만 SK텔레콤 21.9%, KT 22.4% 등 우리나라 통신사는 10%포인트(P) 이상 낮았다.

한국 통신사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이익율도 낮고 투자에도 소극적이다. 통신사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에 앞서 한국의 통신 정책이 자율과 경쟁을 촉진해 투자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해왔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수년간 시행된 중간요금제, 데이터 안심옵션(QoS) 의무부과, 5G·LTE 통합요금제, 최적요금제 등 정책은 요금 인하와 이용자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경쟁과 혁신을 위축시켰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통신서비스·인프라의 혁신은 자율과 경쟁이 작동할 때 이뤄졌다. 통신3사는 2015년 LTE 경쟁속에 기존 음성을 전면 무료화하고, 데이터 용량에 따라 정액형태로 과금하는 '데이터중심요금제'와 '무제한요금제' 등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요금을 안정시키고, 통신사도 데이터트래픽을 증가시켜 장기적 수익기반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
AI 시대 통신 시장의 자율 경쟁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인정하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의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

미국 BEADS 프로그램과 같이 네트워크 고도화 투자를 촉진하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AI·통신 융합 서비스의 출현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비하고, 망 투자와 트래픽 비용의 합리적 분담 구조 마련 등 공급 측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신사 역시 경쟁과 투자 의지를 보여야 한다. AI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선제적 투자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에 부합하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신뢰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진홍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단기적인 요금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 AI 혁신을 뒷받침할 고품질 인프라 투자 촉진으로 통신정책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AI 시대에 이용자가 누려야 할 진정한 효용은 월 몇 천원 수준의 요금 절감이 아니라 AI 서비스를 차질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네트워크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