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최대 국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에서 17년간 근무한 베테랑 기장이 무면허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화에 나올법한 이 대담한 사기극은 그가 은퇴한 후에야 밝혀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필 지역 경찰청은 전직 에어캐나다 기장 제프 윌(59)을 5000달러 이상 사기, 사문서위조, 공무집행방해 등 총 7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윌은 지난 2009년부터 2025년까지 총 900차례에 걸쳐 대형 여객기를 조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부조종사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부 비행 자격은 보유하고 있었으나, 연방 항공 규제 기관인 캐나다 교통부가 규정한 기장 필수 자격인 '운송용 조종사 면허(ATPL)'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닉 밀리노비치 필경찰청 부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비유하자면 가정의학과 면허만 가진 의사가 자신의 개인 병원에서 뇌 수술을 집도해 온 것과 다름없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조사는 지난해 3월, 월이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실시된 정기 규제 점검 도중 의심스러운 증명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교통부와 경찰의 합동 수사인 일명 '이카루스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검증 결과 그의 면허는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로 판명됐다. 경찰은 이달 1일 월을 체포한 뒤 현재는 석방 후 법원 출석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에어캐나다 측은 성명을 통해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정기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해당 기장(윌)은 정기 재훈련에서 대형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역량을 입증해 왔기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이 타협되는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른 조종사들의 면허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계와 전문가들의 시선은 냉담하다. 존 그라덱 맥길대학교 항공경영학 교수는 “그는 훌륭한 실력을 갖췄지만, 그 사실이 그가 비행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며 “그가 적절한 면허가 없음에도 정기 점검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교통부와 에어캐나다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사 직전 항공사를 은퇴한 월은 최근까지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주 배리에 위치한 조지안 대학에서 군 출신 학생들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군에서 해군 함정 탑재 헬기 조종사로 복무한 경력이 있으며, 1998년 에어캐나다에 입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