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교육부 해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약 계층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업무를 타 부처로 대거 이관하며 사실상 교육부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교육부 산하 시민권국(OCR)의 법 집행 업무를 법무부로,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OSERS)의 감독 권한을 보건복지부(HHS)로 각각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교육부는 기존 주요 기능의 대부분을 타 기관에 넘겨주게 된다. 업무가 이관되는 두 부서는 장애 아동을 비롯해 인종, 성별, 종교 등으로 인해 차별받는 학생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핵심 부처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조직 개편이 지원이 필요한 가정과 학교 현장 간의 소통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교육부를 폐쇄하고 관련 권한을 주 정부로 이양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연방 교육부를 완전히 폐쇄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이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의회 절차를 우회해 타 연방 기관들과의 개별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교육부 업무를 분산시키고 있다.
맥마흔 장관은 서면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은 연방 정부의 책임을 이를 지원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전문 기관에 연계시키는 조치”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성공을 저해하는 연방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줄이는 동시에, 필수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감독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 시민단체와 정계 비평가들은 이번 조치가 수백만 명의 학생과 가정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워싱턴 D.C. 소재 교육 형평성 싱크탱크인 에드트러스트는 “장애 학생, 다중 언어 학습자, 저소득층 및 농촌 지역 학생 등 전통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이번 무모한 결정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조치로 업무가 이관된 행정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은 장애인교육법(IDEA) 준수 여부를 감독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감축된 시민권국 역시 전국 학교 내 차별 민원을 조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향후 법무부는 학생 개인정보 보호 업무와 함께 학교에 대한 자문 지원 역할까지 추가로 맡게 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바비 스콧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간사는 “이번 발표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유색인종 학생과 장애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 역시 “행정부가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신, 공무원들의 소속을 바꾸고 교육부를 불법적으로 폐쇄하는 데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장애인 교육 단체들은 특수교육 업무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파는 학교가 장애 아동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감독하는 업무는 '의학 전문가'가 아닌 '교육 전문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니퍼 코코 '학습자 형평성 센터' 소장 대행은 “장애인교육법(IDEA)의 취지는 장애 학생들이 비장애인 또래들과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춰주는 것이지, 이들을 '치료'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보건복지부 체제는 이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보건 시스템과 교육 시스템은 사용하는 용어와 훈련 체계가 전혀 다르다”고 짚었다.
교육부 측은 맥마흔 장관이 지난 6개월간 학부모, 옹호 단체, 교육자들과 소통하며 교육부 해체가 특수교육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가정이 자녀를 위한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받는 데 걸림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