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연합(EU) 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EU가 차관급 에너지 대화채널을 신설하고 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전력망 분야 협력을 본격화한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 공조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2030년까지 5840억유로가 투입되는 유럽 전력망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김성환 장관이 댄 요르겐슨 EU 에너지집행위원과 양자회담을 갖고 '한-EU 에너지 대화채널'을 신설·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차관급 직통 연락망(핫라인)을 구축해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긴밀히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 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측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ESS·전력망 인프라 구축, 에너지 효율 향상, 수송·건물 부문 전기화 등을 주요 협력 분야로 설정했다.

김 장관은 같은 날 브뤼셀에서 '한-EU 에너지 전환 상생협력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 전력산업의 유럽 시장 진출 확대에도 나섰다. 행사에는 독일 최대 전력회사 RWE, 이탈리아 에넬, 네덜란드-독일 송전망 운영사 테넷, 벨기에 송전망 운영사 엘리아, 지멘스에너지, 히타치에너지 등 유럽 전력업계 핵심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를 비롯해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한화솔루션, 식스티헤르츠 등이 참여해 'K-전력망 원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고효율 변압기, ESS, 가상발전소(VPP), 차세대 태양광 기술 등을 소개하며 사업 협력 확대를 모색했다.
특히 대한전선은 벨기에 해양 인프라 기업 얀데놀(Jan De Nul), 네덜란드 보스칼리스(Boskalis)와 각각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한전선의 초고압 케이블 생산 역량과 유럽 기업들의 해저 시공 능력을 결합해 유럽 해상 전력망 사업 수주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 전력망 사업에 대해 기자재 제작은 물론 지분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정책금융을 연계해 지원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한국의 전력 기자재·ESS·가상발전소 기업은 유럽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며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원팀을 구성해 유럽 에너지 전환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EU 간 에너지 안보 공조 체계가 구축된 데 이어, 국내 전력 기자재·전력망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Accelerate EU' 정책을 통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수요 증가에 따라 2030년까지 5840억유로를 전력망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