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학폭 한 줄에 대학 갈린다…교실은 '법률전'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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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변호사 업계의 블루오션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년간 학폭 업무를 맡아온 한 고교 교장의 말이다. 대학 입시에 학교폭력을 반영하는 제도가 강화되면서 고교 현장에서 학폭을 둘러싼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피해 학생은 처분 기록을 남기려 심의를 요청하고, 가해 학생 측은 처분 수위를 낮추려 변호사를 선임하며 행정심판까지 불사한다. 학폭을 억제하겠다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학폭 문제가 대입에서 하나의 '리스크 관리' 요인으로 작동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교일수록 두드러진다. 전국단위 자사고와 국제고의 심의 건수가 전년 대비 100% 이상 급증했다. 주요 대학들이 수시·정시 모두에서 1호 서면사과 처분부터 불이익을 적용하면서, 입시에 민감한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일수록 심의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현직 고교 진학 교사는 “예전에는 친구끼리 화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돌아서면서 바로 신고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일단 신고·접수는 하고, 이후 대입 관련 안내를 받으면서 처분 결과가 조정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며 심의 건수는 늘고 처분 건수는 줄어드는 배경을 설명했다. 학폭 관련 법률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한 고교 교장은 “최근 학폭 양상을 보면 학생들은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려 한다”면서 “학생 수가 줄면서 한 명 한 명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대응이 더 치열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 중재와 관계 회복이 핵심인데, 지금 제도는 결국 소송과 행정 대응으로 흘러가는 구조”라고 짚었다.

[에듀플러스]학폭 한 줄에 대학 갈린다…교실은 '법률전'
(사진=클로드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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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2397개 고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7646건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2023년 5834건, 2024년 7446건에 이어 3년 연속 오름세다. 반면 심의를 통해 내려진 처분 건수는 1만2628건으로 전년보다 2.7% 줄었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심의 건수는 2025년 34건으로 전년(16건) 대비 112.5% 급증했고, 국제고도 6건에서 13건으로 116.7% 늘었다. 심의 유형에서는 '강요'가 전년 대비 29.2%, '따돌림'이 26.3% 증가했다. 처분 결과는 2호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28.1%), 1호 서면사과(20.1%), 3호 학교 봉사(19.2%) 순으로 경미한 조치가 대부분이었고, 9호 퇴학 처분은 전체의 0.3%(42건)에 불과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경미한 사안에도 심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가해 학생도 입시에 치명적일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사소한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학원 현장에서도 퍼지고 있다”면서 “5등급제 전환으로 내신 동점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학생부의 세부 내용이 당락을 가를 수 있어, 학폭 기록에 대한 민감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학생부 평가가 더 강화되면 이런 흐름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임 대표는 “사소한 행위도 고교 생활과 대입 준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학폭 처분의 파장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