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업 경영의 핵심 인프라인 전사자원관리(ERP)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ERP를 중심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매끄럽게 연결해야 AI를 회사 고유의 전략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18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컨퍼런스 'EBSC 2026'(주제: AI 시대,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에서 AI가 힘을 발휘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으로 '통합 데이터'를 꼽으며 ERP의 가치를 이 같이 재정의했다.
권 대표는 “ERP는 회사의 프로세스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통합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축적하는, 회사 최적 솔루션의 바탕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프라”라며 “ERP에 다양한 솔루션을 매끄럽게 연동해서 활용하는 구조의 완성이 바로 AI 전환(AX)이 추진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AX가 완성되면 비로소 AI를 회사 고유의 전략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변화와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의 급격한 발전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는 '인간 중심의 데이터 자산화'를 제시했다.
권 대표는 “기업은 과연 무엇을 가지고 경쟁 우위를 지속해 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AI는 데이터가 없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결국 AI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 즉 사람이 직접 고객과의 접점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현장의 느낌과 경험을 고급 콘텐츠로 축적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대표는 신기술 도입에 앞서 기준점, 지향점으로 '조직의 존재 목적 명확화'를 꼽았다. 그는 최근 사내에서 진행한 AI 기반 전사 혁신 과제 수립 과정을 소개하며 “작년 말 AI를 기반으로 한 전사 혁신 과제 20개를 선정하고, 지난 4월 파주 혁신센터 '와이 스페이스' 준공에 맞춰 각 조직의 AI 혁신 계획 발표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의 존재 목적과 각 조직의 존재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부터 판단해서 조정하니 쉽게 조정이 됐다”며 “AI뿐 아니라 어떤 신기술도 결국 조직의 존재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을 할지, 말지 선택하는 데 있어 핵심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EBSC 2026은 영림원소프트랩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컨퍼런스다. 이날 행사에는 다우기술, 가비아, 포시에스, 비즈플레이, 나이스평가정보 등 ERP와 연계 가능한 국내 주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과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AI 시대에는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매체보다 그 본질인 '데이터'와 '인간의 생각' 그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동안 기업은 시스템 구축 등 매체에만 매몰돼 진짜 중요한 데이터를 방치해 왔다”면서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우리 회사 데이터의 근본적인 분류 체계를 명확히 그릴 수 있어야 오류 없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AI를 사람에 비유하며 “AI는 컴퓨터와 달리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이기에 바보 같거나 나쁜 일도 할 수 있다”며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 “보안 사고가 터진 뒤에야 책임을 따지기 위해 모이지 말고, 평소에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현업과 보안 책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웅기 영림원소프트랩 미래가치실현본부 전무는 기조연설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한다는 이른바 '사스의 종말'을 언급하면서, 기업의 고도화된 프로세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호 전무는 “최근 사용자가 직접 코딩 없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가 오면서 단순 기능을 제공하는 단편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AI에 기반한 지능형 에이전트가 전면에 나선다 해도, 그 뒷단에서 작동하는 기업 고유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와 인과관계 기반의 데이터 시스템은 여전히 인간의 지식이 축적된 자산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ERP와 같이 생산·마케팅·인사·재무가 유기적으로 얽힌 복합 프로세스는 AI가 쉽게 흉내 낼 수 없다”며 “강력한 백엔드 프로세스를 에이전트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API를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에이전트 친화적' 소프트웨어 구조로 변모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