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스팸 근절을 위한 '전송자격인증제'가 민간 자율규제에서 정부 주도 인증 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문자업계 반발에 부딪혔다. 업계는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 구축 비용이 큰 것은 물론, 발송 이후 URL을 바꾸는 스미싱 수법까지 막기 어려워 실효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특수한유형의부가통신메시징사업자협회(SMOA)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송자격인증제 일부 조항의 1년 시행 유예와 제도 보완을 요청하는 진정을 냈다.
구체적으로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발송 지연과 사후 탐지 한계에 대해 문자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발송건별 추가 인증, 1인 1계정 원칙, 네트워크 방화벽 의무화 등의 핵심 조항 1년 시행 유예와 위탁·대행 발송 예외 조항 마련, 사전 공청회 개최 등을 요청했다.
전송자격인증제는 2024년 민간 자율규제로 시행된 뒤 올해 4월 법제화됐다. 문자중계·재판매사들이 재인증을 받으려면 계정 관리, 부정사용 차단, 발신번호 추가 인증 등 인증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도 갖춰야 한다.
가장 큰 쟁점은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다.
정부는 발송 앞단에서 스팸을 걸러내는 다층 차단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통신사와 단말 중심 차단 방식만으로는 우회 발송을 막는 데 한계가 있어, 문자중계·재판매사도 차단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의 비용 대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개발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악성문자 사전차단체계는 발송 시점의 URL을 검사하는 방식이어서 발송 이후 URL을 악성 앱 설치 페이지로 바꾸는 수법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 모니터링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으나 시스템 개발·운영비가 더욱 커지기에 사업자별 구축 부담이 더욱 커진다.
협회는 사업자별 부담을 키우기보다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차단체계를 더욱 고도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발송 건별 추가 인증과 1인 1계정 원칙이 실제 문자 발송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배송 알림과 진료 안내처럼 대량·자동 발송이 필요한 업무에서 건별 인증을 요구하면 서비스 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보험대리점·세무법인·광고대행사 등의 위탁 발송 구조에는 1인 1계정 원칙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스팸과 스미싱을 막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정책은 정상 사업자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유예기간 통해 합리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