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30년째 학력·국적·성별·나이·연고 제한을 전면 폐지한 '열린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수시채용에서 학력 제한 철폐를 선언하면서 삼성의 선도적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30년간 제도를 이어온 결과, 고졸·전문대 출신 인재들이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핵심 사업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신입사원 공채를 도입한 이래 올해로 70년째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공채를 멈추지 않았다.
현재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가운데 정기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최근 5년간 공채 전형에 지원한 고졸·전문대 출신 인원만 수천명에 달한다.
열린 채용으로 입사한 인재들은 삼성 전략 사업 최전선에 포진해 있다. DS부문 소속 A씨는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을 이끄는 디지털 트윈 관련 부서에서 근무 중이다.
DX부문 B씨는 MX사업부 개발실에서 스마트폰 기술력 강화에 관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C씨는 업계 최초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중소형사업부 PA팀 소속이다. 삼성SDS·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 주요 관계사에서도 열린 채용 출신 직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삼성의 인사 혁신은 채용 문호 개방에 그치지 않았다. 1993년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하며 성별 장벽도 허물었다.
인성과 직무 적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도 자체 개발했다. 이후 두산(DCAT·2005년), 현대차(HMAT·2007년), LG(2010년), 롯데(L-tab·2011년) 등 주요 기업들이 자체 인적성검사를 잇따라 도입했다.
직급 통폐합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 등 직원 성장을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도 병행해 왔다.
'학벌보다 능력'이라는 원칙이 국내 기업 문화에 뿌리내리는 데 삼성의 30년 실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