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의 독감 백신 접종 의무 조치를 폐지한 지 두 달 만에 공군 기지에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해 논란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위치한 랙랜드 공군 기지에서 장병 및 훈련병 약 160명이 독감에 걸려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집단 감염은 이층 침대를 사용하고 대형 공용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등 밀집 생활을 하는 공군 기본군사훈련단(BMT)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특히 백신 의무 접종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 발생한 신병 사망 사고로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기초 훈련 6주차였던 케온 맥대니얼 훈련병이 증세 악화로 브룩 육군 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공군 당국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의학적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번 독감 유행과의 인과 관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가 백신 의무제 폐지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4월 21일 “기존의 독감 백신 강제 접종은 군인들의 신체 자율권과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터무니없고 과도한 규제”라며 접종 의무화를 전격 폐지한 바 있다. 국방부는 당시 이 조치가 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으나, 정책 변경 이후 해당 기지 훈련병들의 백신 접종률은 약 4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감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공군 당국은 국방부의 자율화 방침에 예외를 적용해 랙랜드 기지의 모든 신병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접종을 다시 의무화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군 당국은 “이번 발생은 훈련단 내에 국한된 국지적 감염”이라며 “의료진이 밀접 접촉자들을 모니터링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있으며, 완치 판정을 받는 대로 훈련에 복귀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헤그세스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백신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백신 접종 전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백신 의무화 폐지 당시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은 “군 백신 의무화는 군의 대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에 입대해 선서를 할 때는 어느 정도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반면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정책 변경은 군의 준비 태세와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한 위험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국방부의 입장을 옹호했다.
한편, 약 7만 명 규모의 대형 군사 시설인 샌안토니오 합동 기지 내에 위치한 랙랜드 기지는 공군 신병들이 단체 공동 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이 같은 환경에서 백신 의무접종 폐지시 호흡기 및 공기 매개 감염병 확산에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