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지 사전 유출 의혹으로 무효 처리됐던 인도 최대 규모 의대 입시 시험(NEET-UG)이 전례 없는 엄격한 보안 속에서 다시 치러졌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도 전역의 시험장에는 생체 인식 확인, 금속 탐지기, 무장 순찰대, 몸수색 등이 도입되어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도 당국은 이번 재시험의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지역의 시험지 운송에 공군 군용기까지 동원했으며 전국 5440개 시험장에 경찰과 준군사조직 인력을 대거 배치했다.
인도 국립시험청(NTA)에 따르면 전국 9만5000개 이상의 모든 고사장에 총 130만대가 넘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아울러 휴대전화 신호 및 전자기적 부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5만1311대의 재밍(전파방해) 장비가 가동됐다. 특히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통한 문제 유출 및 부정행위를 우려해 월요일까지 인도 전역에서 해당 앱의 접속이 일시적으로 차단되기도 했다.

시험장 주변의 통제도 강화됐다.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부 시험장 인근에는 드론과 군견이 배치됐으며, 앞뒤가 막힌 구두 착용이 금지되는 등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적용됐다. 시험장 입구에서는 보안 요원들이 수험생들의 머리카락을 검사하고 귀걸이, 코 피어싱, 손목 실팔찌 등의 장신구를 현장에서 제거하도록 조치했다.
강화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응시생들은 같은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학생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시험지가 이미 한 번 유출됐기 때문에 두려움이 큽니다. 이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매년 일어나는 일”이라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다행이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시험을 치른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 의대 입학을 위한 필수 관문인 'NEET-UG'는 수백만명의 수험생이 지원하지만 합격률이 극히 낮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시험이다. 지난 5월 3일 치러진 첫 시험에는 약 228만명의 수험생이 응시했으나 시험지 유출 스캔들이 터지면서 전국적인 항의 시위와 함께 교육부 장관의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
당국은 연방수사국(CBI)에 이번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인도의 대규모 시험 부정행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동일한 의대 시험에서 시험지 유출 및 점수 조작 의혹이 제기되어 전국적인 시위가 발생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디지털 채점 시스템이 도입된 후 대규모 채점 오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