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의사가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 치명적인 심장 질환을 찾아내 눈길을 끈다. 해당 AI 프로그램은 향후 전 세계 의료진에게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의료 현장의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는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퀸즈의 한 응급실을 찾은 45세 남성 루이 키로스 씨의 사례가 소개됐다.
논문에 따르면 키로스 씨는 사흘간 각혈과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했으나, 당시 의료진은 흉부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를 시행했으나 특이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의료진은 키로스 씨가 최근 산불 연기에 노출되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단순 천식으로 판단, 흡입제를 처방한 뒤 귀가 조치했다.
마침 그가 방문한 병원은 뉴욕-프레스비테리언 의료 시스템 소속으로, 당시 AI 프로그램인 '에코넥스트(EchoNext)'를 활용해 환자들의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에코넥스트는 콜롬비아 의대 교수이자 의료 진단용 AI 솔루션 기업인 '패스웨이 랩스'의 창업자인 피에르 엘리아스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심전도 검사 후 10분 이내에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심장 손상 패턴을 감지하도록 설계됐다.
의료진이 키로스 씨의 심전도 데이터를 에코넥스트로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은 심각한 심장 손상 징후를 감지하고 경고를 보냈다.
이에 따라 일주일 후 병원으로 복귀한 키로스 씨에게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결과, 심장 수축 시 혈액 배출 비율이 정상 수치에 한참 못 미치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승모판 역류증까지 확인됐다.
이후 정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급사를 유발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 발견됐고, 그는 늦지 않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심장 전문의인 록사나 메흐란 미국심장학회 회장은 “바쁜 응급실 환경에서는 숙련된 전문의라도 비정상적인 심전도 소견을 간과하기 쉽다”며 “이번 사례는 의료진이 놓치기 쉬운 오진과 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AI가 얼마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적인 예시”라고 평가했다.
에코넥스트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유효성을 검증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 의사 절반가량이 진단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챗봇 플랫폼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를 통해 전 세계 의사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의료진이 환자의 심전도를 제출하면 AI가 심장 펌프 기능 저하, 판막 손상, 심장벽 비대, 폐동맥 고혈압 등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준다.
개발자인 엘리아스 박사는 “모든 비정상 심전도 환자에게 심장 초음파를 처방하는 것은 의료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며, “AI는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어떤 환자가 진정으로 위험한 상태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