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종전 합의에도 국내 섬유패션·뷰티업계가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종전 선언만으로 그동안 쌓인 수출·물류 부담이 곧바로 풀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사태 장기화로 산적해있던 물류·채널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4분기까지 시장 안정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종전 합의에도 중동 시장을 공략하려는 K패션·뷰티 업계는 전쟁 중 상황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영업 재개와 본격적인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기보다 공급망 안정과 물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섬유패션업계는 물류 리스크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그간 섬유패션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박 운항이 취소되며 원단 수출과 바이어 계약 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출이 위축되면서 주문이 줄거나 미뤄졌고, 결제 지연 등 금융 부담과 운임·납기 차질이 겹쳐 금융 부담도 큰 상황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유가 안정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해진다”면서 “그동안 수출과 금융, 물류 전반에 산적해있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항 재개와 운임 안정화까지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동안 적체된 화물량을 해소하고, 상승한 운임료 등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시일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물류길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화장품업계도 발을 크게 떼지 않는 분위기다. 화장품업계도 공격적인 영업 재개보다 연말까지 상황을 신중히 살펴보며 영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에이피알은 시장 안정화 상황을 살펴보며 하반기부터 현지 유통망 확대와 오프라인 채널 영업 강화를 중심으로 시장 개척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국에 오프라인 채널 위주로 진출해 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바레인, 이란, 이라크 등 분쟁지역 등에 중단했던 아모레몰 배송을 현지 물류 상황을 검토하며 재개할 방침이다.
구다이글로벌은 종전 이후 상황을 살피며 오프라인 영업 강화를 검토하는 중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종전이 곧바로 원가 절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석유화학 기반 원료 가격이나 글로벌 물류비는 재고 소진 및 공급망 재조정 과정이 필요해 3~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공급망 안정성과 비용 구조 개선이 점진적으로 나타나는지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보면서 시장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중동 시장 영업 활동도 탄력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