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 모두의 생리대, 월경권 넘어 산업 성장 이끌 기회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지적 후 업계는 변화무쌍한 상반기를 보냈다. 브랜드는 저가 생리대를 내놨고, 유통사는 할인 행사를 펼쳤으며, 정부는 공공기관에 무상 생리대를 비치하는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을 신속히 추진했다. 필자는 누구나 좋은 생리대를 쉽게 쓰도록 돕기 위해 창업을 결심한 만큼, 논의가 단순히 가격 혹은 무상 지급에 그치지 않길 바라며 벤처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공공생리대는 실로 여성 복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넓게 보면 여러 국정과제를 한 데 이어 발전시킬 주춧돌로서 잠재력을 품고 있다. '복지 신청주의에 따른 사각지대 최소화'에 직접 부합할 뿐더러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 △아동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다양한 가족 지원 △기본적 삶을 위한 안전망 강화 과제와도 연관된다.

특히 필자는 이번 사업이 '중소기업 제품 공공조달 시장 확대' '대·중소기업이 함께 크는 상생협력 확대' 과제에 일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 생리대 구매(이하 공공생리대 시범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시범단계에서는 아직 그 가능성이 충분히 발현되지 않은 듯해 못내 아쉬웠다.

공공생리대 시범사업 공고는 다양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생산, 품질, 제품의 안전성 등을 두루 살폈다. 공급자 선정에도 신중을 기했다. 제안서와 현장 발표에 대한 기술평가를 시행하고, 일정 점수를 넘긴 업체 중 투찰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택했다. 그 과정에 대규모 3사와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까지 총 4곳이 참여했다.

유일한 중소벤처 참가자인 필자의 발표에 평가위는 규모와 생산 역량을 거듭 물었다. 현 규모로 정부의 주문 수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 제안한 유기농 순면 제품으로 기준 가격을 맞출 수 있는지, 부자재의 안정적 수급이 실제로 가능한지 등이다. 본사는 업계 벤처 중 유일하게 생리대 공장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시범사업이 제시한 규모에 대응할 수 있기에 입찰에 참여했다. 제안서 내 자료로 이러한 역량을 뒷받침했지만, 실질적 역량보다는 중소벤처라는 규모에 대한 우려가 앞선 모양이다. 본사는 최종 낙찰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100% 유기농 순면 커버 생리대를 제안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셨다.

국가가 생리대를 여성 건강 필수품으로 인지해 적극 지원하고 나선 움직임은 진일보함에 틀림없다. 하지만 당초 제기됐던 품질과 가격의 균형,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 논의는 다소 흐려진 듯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 2월 '국내 생리대 가격 구조와 저가 생리대 생산 정책 검토' 보고서에서 대기업은 브랜드·마케팅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방어하고, 규모의 경제는 중소업체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상위 3개사가 약 80% 점유하는 과점 구조를 개선할 필요'를 제시했다. 이번 사업에서도 해당 3개사 중 한 곳이 선정되며 굳어진 땅에 틈을 만들지는 못했다.

규모의 제약 없는 선의의 경쟁 환경이 마련된다면 품질, 기술력, 가격 안정이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다. 시장이 오랜 시간 굳어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면 공공에서 그 기회를 열 수 있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여성은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국가는 수출 기회까지도 마련하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업계의 일원으로서, 규모에서 비롯되는 걱정을 거두고 공공이 중소벤처를 신뢰할 수 있도록, 사업을 갈고 닦으며 혁신의 싹을 틔울 날을 향해 정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ceo@happymoo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