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기간 여성의 건강 상태와 신체적 변화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노스웰헬스 카츠 여성건강연구소의 에벨리나 그레이버 박사는 “임신 중 발생한 일은 출산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그 시기의 건강 상태는 산모는 물론 자녀의 미래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심혈관 상태가 태아가 성장하는 자궁 환경을 좌우하며, 이는 훗날 아이의 인지 기능과 행동 발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임신부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식사 습관, 운동량, 흡연 여부, 수면 상태, 체질량지수(BMI), 혈중 지방 수치, 혈당, 혈압 등을 종합 평가해 심혈관 건강 수준을 산출했다.
이후 참가자들을 건강 상태에 따라 상·중·하 세 집단으로 나눠 경과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 상태가 가장 양호한 그룹의 경우 4세 자녀 가운데 발달 문제를 보인 비율이 8.8%에 그쳤다. 반면 건강 지표가 가장 낮은 그룹에서는 같은 비율이 16.8%로 나타나 거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그레이버 박사는 “심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임신부의 아이들은 발달 지연 가능성이 62% 더 높았다”며 “산모의 심장 건강이 아이의 장기적인 신경 발달 과정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과 대·소근육 발달, 문제 해결력, 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나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련된 능력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심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임신부의 경우 임신중독증(전자간증), 임신성 고혈압, 조기 출산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문제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충분히 성장할 시간을 줄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건강한 심장은 태반으로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해 산소와 영양분 전달을 돕는다. 그레이버 박사는 “임신 전부터 임신 기간까지 심혈관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은 산모와 자녀 모두의 평생 건강을 위한 가장 이른 예방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심장 질환의 상당수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미국심장협회는 식단, 신체활동, 금연, 체중 관리,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와 함께 충분한 수면을 포함한 '라이프 에센셜 8(Life's Essential 8)'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