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중학교 3학년 수학 최하위(1수준) 비율이 14.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AI의 기초 체력'인 수학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포자'가 되는 과정을 시험지보다 수업 시간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흥미를 갖고 빛나던 눈망울들이 어느 순간 길을 잃은 것처럼 초점을 잃기 시작하면서, 조용히 펜을 내려놓는다”며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거나 책상으로 엎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학습 결손이 수학 기초학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학생들의 방식까지 달라지면서 현장에서는 수학적 사고력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희 배화여중 수학 교사는 “사진을 찍으면 즉각적으로 풀이와 답을 알려주는 AI 풀이 앱들이 나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면서 “수학 공부의 핵심은 막히는 문제가 있을 때 시간을 들여 읽고, 고민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요즘 학생들은 조금만 막혀도 사진을 찍어 바로 답을 찾는다”고 전했다.
대학 현장에서도 수학 기초학력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 AI 관련 학과 교수들은 최근 학생들이 코딩에는 익숙하지만, AI 전공 과목을 배우기 위한 필수과목인 선형대수, 미적분, 확률과 통계 등 수학 기초 역량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 서울 사립대 교수는 “학생들이 코딩 감각은 뛰어나지만 수학적 기초 체력이 부족해 머신러닝과 딥러닝, 컴퓨터비전 같은 핵심 전공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현재 초·중등 수학교육 수준은 AI를 활용하는 인재를 키우기에는 충분할 수 있지만, AI를 개발하는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기반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에듀플러스]“AI 인재 키운다는데…수학부터 흔들렸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28/news-p.v1.20260628.d6309d08ee1c4f79918ea69ffb0fbb83_P1.png)
반면 오하영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는 “공교육 수학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학생들이 수학을 어디에 활용하는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수학이 AI 서비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교육과정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 교수는 “AI는 수학적 기반이 중요하지만 수학을 잘한다고 곧바로 AI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며 “AI 문제 해결에 수학을 연결하는 역량은 학습을 통해 충분히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AI 인재 양성 정책과 기초학력 정책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수학교육 전문가뿐 아니라 AI 전문가도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해 교과서와 수업에서 AI와 산업 현장의 활용 사례를 함께 소개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수학을 배우는 이유를 이해할 때 학습 동기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남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AI를 잘 쓰는 것과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AI가 수학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만큼 AI 인재 정책의 첫 단추는 기초학력 회복”이라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AI 거점대학 중심의 인재 양성 정책이 초·중학교 수학교육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이 대학 단계에만 집중될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부터 이어지는 하나의 인재 양성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인재를 능력이 아니라 환경 때문에 잃고 있다”며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특정 지역과 계층이 아니라 누구나 기초학력을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만드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