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이 무역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무역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을 벌여 역대 최대 실적의 침해 범죄를 적발했다.
관세청은 올해 5월 말 기준 7703억원 규모의 무역안보 침해 범죄를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액(6556억원)을 불과 5개월 만에 뛰어넘는 금액으로 역대 최대치다.
관세청은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심화에 대응해 무역안보 수사를 경제범죄와 분리된 독립 전문 분야로 확대하고, 본청과 주요 세관에 전담 조직과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단속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적발된 범죄는 국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수출하는 국산 둔갑 우회수출과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해외로 반출하는 전략물자 불법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산 둔갑 우회수출 적발 규모는 527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4573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관세청은 K-브랜드 프리미엄 악용, 수입규제 회피, 고율 관세 및 반덤핑관세 회피 등을 주요 범행 목적으로 분석했다.
전략물자 불법수출도 243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적발액(1983억원)을 초과했다.
국제 분쟁과 첨단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물자 유출을 막기 위한 감시와 수사가 한층 강화된 결과다.

대표적 사례로 외국산 전기이륜차 배터리 4606개를 한국산으로 위장해 제3국으로 수출한 업체가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고 국내 인증마크까지 도용해 한국산 배터리의 신뢰도를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미국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외국산 반도체 장비 23만점에 'MADE IN KOREA' 스티커를 부착해 한국산으로 둔갑시킨 뒤 미국으로 수출한 업체도 검거됐다. 한국 공급망 신뢰성을 악용한 대표적 우회수출 사례다.
첨단 AI 기술 유출을 겨냥한 범죄도 적발됐다. 고성능 GPU가 탑재된 AI 서버 816대(2500억원 상당)를 수출 허가 없이 해외로 반출한 국제 조직의 범행을 국제 공조를 통해 적발했다.
이들은 허위 계약과 우회 운송을 이용해 여러 국가를 경유하며 수출통제를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번 사례 공개를 통해 국내 기업이 불법 우회수출이나 전략물자 불법 반출에 연루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정 관세청 조사국장은 “무역안보 침해 범죄는 단순한 법령 위반을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 신뢰와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수출입 데이터 분석과 정보 활용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불법 무역행위를 끝까지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