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공과금부터 잔여재산까지…치매환자 재산관리 첫 계약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치매 환자의 재산을 투명하게 관리·보호해주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지난 4월 시행 이후 총 4건의 이용계약이 성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기준 4건 계약이 체결됐으며 14명이 후견 선임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같은 기간 문의는 1271건(545명), 신청 118건, 심층 상담 34건이 이뤄졌다.

특히 5월 대비 6월 문의 건수가 197명에서 513명으로, 신청 건수가 34건에서 109건으로 증가했다.

월세·공과금부터 잔여재산까지…치매환자 재산관리 첫 계약

실제 이용계약 사례를 보면 독거노인 치매환자 김 모 씨는 욕구 표현은 가능하나 인지능력 저하로 주변인으로부터 금전 피해 우려가 있어 공공후견인이 연금공단에 재산관리서비스 상담을 요청했다. 이후 관할 치매안심센터가 김 씨를 연금공단에 의뢰했고, 연금공단은 후견인과 함께 김 씨 자택을 방문해 재산상황과 월 지출 내역을 검토했다. 보유 재산과 기초연금, 기초생활급여 등 정기 수입을 반영해 남은 생애 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유지되도록 매월 월세, 공과금, 생활비를 배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후견인은 해당 계획을 검토하고 본인을 지원인과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김 씨는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월세와 공과금을 안정적으로 납부할 수 있게 됐고 공공후견인은 소액의 생활비만 관리하면 돼 재산관리 부담이 크게 줄었다.

치매환자 나 모 씨는 의사결정능력이 낮고 가족이 없어 스스로 재산을 관리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공공후견인이 재산 관리를 지원하고 있고 국민연금 등 월 40만원을 정기적으로 수령해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치매안심센터는 공공후견인 활동 종료 후 나 씨의 재산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대상자 사망 후 잔여재산 처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연금공단에 재산관리서비스를 의뢰했다. 이에 연금공단은 공공후견인과 함께 심층 상담을 실시해 10만원 내외 요양비는 정기 지출되도록 하고 남은 월 25만원은 안전하게 저축·보관해 향후 수술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계약을 맺었다. 사망 후 잔여재산 처리도 연금공단이 지원하게 됐다.

계약이 체결되면 연금공단은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요양비는 요양기관 계좌로 직접 지급한다. 용돈 등 자율지출 항목은 개인 계좌로 지급하되 지원인이 월별 지출 내역을 제출해 관리한다.

수술비처럼 긴급하고 중요한 지출인 경우 후견인은 연금공단에 특별지출 지급 신청서를 제출하고 연금공단이 신속하게 지급한다. 제3자의 부당한 영향이 의심되는 경우 대상자의 이익 침해 가능성을 고려해 연금공단 산하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사망 후 남은 재산은 상속인이 없는 경우 민법 제1053조~제1059조에 따른 상속인부존재 처리 절차를 거친다. 연금공단이 이해 관계인으로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청구, 청산 공고, 수색 등 법적 절차를 실시한다. 약 1년 이상 상속권자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잔여재산은 국가로 귀속된다.

복지부는 유관 기관과 협력해 사업을 안내하고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를 의뢰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오는 2028년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정식 도입을 목표로 국회에 계류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이번 첫 계약 사례는 치매 어르신이 재산 상실 두려움 없이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