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의 자동차 회사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의 허샤오펑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내놓은 이 발언이 중국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중국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가격 경쟁과 과당경쟁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기존 자동차 사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중국 자동차 업계 실적을 보면 일부 선두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전기차 업체들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거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동시에 가장 치열한 수익성 경쟁 시장이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허 CEO의 발언이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전략 변화 배경을 설명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최근 중국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 판매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차량 운용체계(OS),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해외 생산기지 구축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만으로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보다 넓은 생태계 안에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IT 전문매체 36Kr가 최근 보도한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WeRide)는 지난 4월 1일부터 싱가포르 퐁골 지역에서 자율주행 차량 공개 운행을 시작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1000명 이상이 서비스를 체험했으며 누적 안전 주행 거리는 3만km를 넘어섰다.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는 올해 3월 한 달 동안 30만대 이상 차량을 판매했다. 같은 기간 해외 수출은 11만96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2% 증가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 체리자동차 역시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생산공장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내수 시장 판매 경쟁만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생산과 수출 확대,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 신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공간을 찾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하드웨어는 점차 표준화되고 있으며,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반면에 차량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소비자들의 기술 수준과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한 대를 판매해 얻는 수익보다 차량 플랫폼 위에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금융, 보험, 데이터 사업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 OS 개발과 자율주행 플랫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로봇 사업까지 추진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을 더 이상 단순한 완성차 제조업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자율주행 서비스를 실험하며,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종합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중국 자동차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차 판매량 증가 여부만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어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허샤오펑 CEO 발언도 이러한 변화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동차 판매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에 가깝다.
결국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로보택시와 AI, 로봇,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이 더 이상 차량 제조에만 머물지 않고 이동 서비스와 AI, 글로벌 공급망을 포함하는 종합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제조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현재의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