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형 설명회로 소통·신뢰 조직문화 조성

“오늘은 정답을 가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 국립광주과학관 상상홀. 평소 같으면 제도 안내나 기관 공지사항을 전달했을 공간이 이날만큼은 조금 다른 분위기로 채워졌다. 하나의 안건을 놓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같은 무대에 섰고 직원들은 양측의 설명을 차례로 들으며 질문을 이어갔다. 설명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구분된 자리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의 주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국립광주과학관 노사협의회가 제안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육아시간 확대 개선 설명회'는 단순히 제도의 찬반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노사가 하나의 현안을 함께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투명하게 설명하며 직원들과 함께 숙의하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었다.
근로자위원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안의 취지와 검토 결과를 설명했다. 실제 직원들이 겪고 있는 육아와 업무의 현실을 소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얘기했고, 사용자위원은 기관 운영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제도 운영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했다.
설명회 내내 노사는 서로 다른 관점을 설명했지만 의견을 반박하기보다 각자의 고민과 근거를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참석한 직원들도 자유롭게 질문하며 서로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사가 바라보는 관점은 달랐지만, 지향하는 목표는 같았다.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동시에 기관이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특히 이번 설명회는 노사 간 현안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일방적으로 제도를 전달하거나 결과를 공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과 서로의 고민을 구성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건강한 조직문화의 시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입사한 이후 노사 양측의 설명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노사간의 입장을 충분히 들으며 직원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정구 국립광주과학관 관장은 “좋은 조직은 갈등이 없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을 함께 해결하는 조직”이라며 “오늘 상상홀에서의 한 시간은 국립광주과학관이 지향하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노사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기관의 발전을 함께 고민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은 분명 존재했다.
국립광주과학관은 앞으로도 숙의와 소통을 바탕으로 노사 간 신뢰를 더욱 강화하고, 건강한 조직문화와 협력적 노사관계로 기관 발전과 국민에게 더 나은 과학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