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바이브 코딩'의 환상

'나이브 코딩'의 부메랑

박승래 인사이트온 대표
박승래 인사이트온 대표

최근 소프트웨어(SW)업계는 인공지능(AI)과 협업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 열광하고 있다. 복잡한 문법 대신 AI와 대화만으로 기능을 구현하는 것으로, 이를 증명하듯 기술적 진보를 다룬 성공 스토리가 연일 쏟아진다.

특히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코드를 대량 생산해야 하는 시스템 통합(SI) 업종에서 바이브 코딩은 강력한 효율화 무기로 주목받는다. 많은 기업이 프로젝트에 AI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의 효과에만 매몰되면 실제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간과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AI 도입 초기에 사진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의 일이다. 동물의 표면적인 특징을 반복 학습시키면 꽤 괜찮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사진으로 동물을 분류할 때 다리 수나 꼬리 길이처럼 눈에 보이는 표면적 특징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 판단한다. 초기 AI는 이를 간과했기에 실제와 커다란 괴리를 나타냈다.

바이브 코딩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대부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개발했다'는 서사로 끝난다. 역설적으로 바이브 코딩의 위력을 증명하는 듯한 이 '혼자'라는 단어에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개발자 혼자 구상한 머릿속 이미지나 '몇 가지 주요 요건'에 부합한다고 이를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착각한다.

기업의 실제 프로젝트는 다르다. 생각이 다른 수많은 이해 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업무 프로세스, 예외 처리, 개발 표준, 보안 규정, 컴플라이언스 등 전 영역에서 정밀한 설계와 개발 과정을 거친다. 정밀한 도면을 토대로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제조업 조립 공정처럼, 소프트웨어(SW) 또한 완결성이 핵심이다. 바이브 코딩으로 요구사항의 90%를 충족했어도 이는 성공이 아니라 '10%의 결함'이다.

SI 업종은 '유사한 결과물'이 아닌 '합의된 정답'을 맞춰야 하는 곳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남겨진 10%의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얼마나 많은 리소스를 쏟아부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일부 성공 사례만 보고 AI 소스코드를 섣불리 적용하는 '나이브한 코딩'은 결국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질문할 때마다 다른 코드를 뱉어내는 AI 특성을 간과한 대가다. '나이브한 코딩'을 남발하면 데이터 흐름은 불명확해지고 구조까지 완전히 꼬여 디버깅이 불가능한 '스파게티 코드'를 양산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AI로 엄청난 코드를 쏟아낸 개발자가 떠난 뒤 남겨진 팀원들은 기술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은 현실을 'AI 록스타 개발자가 떠난 자리 청소하기'라고 꼬집었다.

나이브한 코딩의 가드레일로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과 '루프 엔지니어링(Loop Engineering)'을 제안한다. 코드를 짤 때 시스템 표준을 지키도록 하네스를 채우는 것, 검증과 피드백 루프를 계속 돌리는 엔지니어 역할이 지금,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를 엔지니어 개인 역량에만 맡길 수 없다. 조직 차원에서 AI 도입 속도와 비용은 물론, 도입과 사용에 따른 책임, 책임의 경계, 품질 기준까지 명확하게 규정한 'AI 개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AI에 맡겨 무작정 개발하는 방식이 아닌, 개발 프로세스에 인간의 검증 단계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이브 코딩'을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사람과 조직의 태도는 결코 '나이브'해서는 안 된다. 속도를 제어하고 안전한 길로 유도하는 단단한 가드레일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어할 수 없는 속도는 진보가 아니라, 재앙이다.

박승래 인사이트온 대표 victor.park@insight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