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열흘 앞둔 기자회견장에서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국장 간샤오빈이 전망했다. 올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완제품 생산량이 1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1년 전만 해도 중국의 연간 출하량은 1만4000대 남짓이었다. 그가 덧붙인 말은 담담했다. 로봇이 이제 공장과 작업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숫자는 이미 정확히 그 방향을 가리켰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휴머노이드 로봇 2만여대 가운데 열에 아홉이 중국 공장에서 나왔다. 생산량 상위 다섯 기업도 모두 중국 업체였고, 유니트리가 한 곳이 5500대, 애지봇이 4000대를 찍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10% 증가했다.
산업용 로봇은 격차가 더 벌어진다. 2024년 중국은 새 로봇 29만8000대를 공장에 들였다. 같은 해 미국은 3만4000대, 일본은 4만4000대였다. 세계 시장의 54%가 중국 몫이고, 그중 60%가 중국산이었다.
로봇만이 아니다. 올해 6월 애플이 백악관 문을 두드렸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반도체를 사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CXMT는 미 국방부가 인민해방군과 엮였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린 회사다. 그런 회사의 칩을 미국 대표 기업이 로비까지 하며 사려 하는 것이다. 메모리값이 치솟자 벌어진 일이다.
엔비디아 쪽은 더 묘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H200 칩의 대중 수출을 풀었다. 그런데 오히려 중국은 이 칩을 받지 않았다. 올해 4월까지 석 달간 중국으로 수출된 엔비디아 데이터센터용 AI 칩은 사실상 제로였다. 1년 전 같은 기간 46억달러어치가 팔리던 시장이었다. 그 빈자리는 화웨이의 어센드가 메웠다. 지난해 화웨이가 생산한 AI 칩은 81만개였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우회해 자국산 프로세서만으로 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2조위안(약 450조원)을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핵심 기술의 80%를 자국 기업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여기까지가 산업이었다.
중국은 규칙까지 쓰기 시작했다. 15일 'AI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관리 잠정방법'이 시행된다. 사람 흉내를 내며 사용자와 정서적 관계를 맺는 AI를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규정이다. 시행을 앞두고 월 사용자 3억4500만명의 더우바오와 알리바바 큐원은 맞춤형 AI 에이전트 기능을 스스로 접었다. 며칠 전에는 딥시크와 큐원 같은 최고 성능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논의됐다. 미국이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막자 중국도 같은 방식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떠받치는 힘은 사람이었다. 지난해 중국이 배출한 대학 졸업생은 1222만명이었다. 최근 5년간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만 5500만명을 넘었다. 학부 졸업생 대비 석사 비율은 10년 새 35%에서 58%로 뛰었다. 반도체와 양자컴퓨팅 등 18개 분야에서는 논문 없이 현장 성과만으로 박사학위를 주는 제도까지 만들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과 내분으로 국력을 태우는 사이, 중국은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나아갔다. 지난해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는 1조2000억위안(약 228조원)을 넘어섰다. 제15차 5개년 계획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미래 산업의 한복판에 놓았다.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어디쯤 서 있을까. 휴머노이드 기술력은 미국과 중국의 80%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을 목표로 K휴머노이드 연합을 띄웠다. 그사이 우리 수출의 기둥인 메모리 반도체는 자급으로 방향을 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객을 조금씩 잃어갈지 모른다.
이제 물어야 한다. 중국의 패권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았을 때 우리 기업과 국가의 10년 계획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답과 준비를 미룰수록 우리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 2016kimk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