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혼자 발전하지 않는다. 현실을 이해하는 기술, 세계가 함께 사용할 표준, 그리고 이를 만들어 갈 인재가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이 된다. 실감미디어공학 기술은 그 출발점이며, 지금이 바로 미래를 준비할 골든타임이다.”
챗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AI는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공간을 기억하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털 트윈, 확장현실(XR), 공간컴퓨팅, AI 에이전트는 모두 '세상을 이해하는 AI'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실감미디어 공학 기술이 있다.
실감미디어는 더 이상 엔터테인먼트만의 기술이 아니다. 제조, 의료, 국방, 교육, 문화, 스마트시티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현실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기고 분석하는 핵심 기반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경쟁력은 영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캡처하고 이해하며 전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성균관대 SW융합대학의 일반대학원 과정인 실감미디어공학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추진하는 가상융합대학원 사업에 선정된 전국 8개 대학 가운데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학과는 AI와 실감미디어를 융합해 세계 수준의 연구자와 산업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 방식은 기존 대학원과 다르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AI프로그래밍 역량을 진단받고 체계적인 보충 교육을 통해 연구의 기본기를 갖춘다. 또, 모든 학생은 국내외 기업 또는 연구기관에서 인턴십을 수행하며 연구를 산업 현장과 연결한다. 그리고 매년 학생의 25% 이상을 해외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지원금과 함께 파견해 국제 공동연구와 글로벌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도 미국과 유럽 등 최고 연구기관과 대학에 여러 재학생들이 협업 중이다. 등록금 전액 장학금과 연구장학금, 국제학술대회와 해외연수 지원 역시 학생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교수진 구성 또한 독창적이다. 영상처리, 컴퓨터비전, 컴퓨터그래픽스, AI 기반기술 분야의 연구자들과 콘텐츠, 인터랙션 분야의 교수들이 함께 교육한다. 기술만 아는 인재도, 콘텐츠만 아는 인재도 아닌 기술과 콘텐츠를 함께 설계하는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대학원생들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펀데이즈(Fun Days)'라는 이름의 여러 즐거운 행사를 가진다. Pizza Day, Staying Healthy Month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구실 간 교류와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있다. 연구는 사람과 사람의 협업에서 나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래의 실감미디어는 '공간'을 다루는 기술이 될 것이다. AI 비전 기술은 실제 세상을 실사 수준으로 캡처하고, 신경망 기반 시각표현(Neural Visual Representation)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산으로 표현한다. 여기에 초실감 압축과 스트리밍 기술이 결합되면 사용자는 원하는 위치에서 현실과 거의 동일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영상의 취득-표현-압축-전송 기술이 하나의 AI 파이프라인으로 통합되는 AI 네이티브 미디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표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ISO/IEC MPEG을 비롯한 국제표준화기구에는 세계 유수의 ICT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차세대 몰입형 실감미디어 기술을 정의하고 있다.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는 기술을 선도하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는 산업을 선도한다. 그리고 본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보통신방송혁신인재양성사업 '가상융합대학원' 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결과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뛰어난 알고리즘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AI를 만들고, 이를 세계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표준으로 발전시키며,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길러내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 실감미디어 공학 기술은 AI 시대를 현실로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며, 이를 이끌 융합형 인재 양성은 대한민국이 반드시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할 미래 전략이다.
류은석 성균관대 실감미디어공학과장 esryu@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