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역량이 민간보다 탁월하던 옛 시절을 기억해보자. 국방기술은 민간경제를 키우는 마중물이 됐다. 인터넷을 보자. 1969년 미국 국방부는 소련의 핵무기공격에 지휘체계가 마비될까 우려해 분산네트워크를 개발했다. 1983년엔 그것을 군사목적의 밀넷(MILNET)과 분리해 민간 연구·교육목적의 알파넷(ARPANET)을 만들었고, 1991년 상업적 활용이 허용되며 오늘날 인터넷이 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산업은 성장기회를 제공했고, 국경을 넘은 거래는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탄생시켰다. 자본도 온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문화교류 확대는 K문화의 세계 확산 계기가 됐다.
GPS는 어떤가. 1957년 소련이 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자 미국은 그 위치를 추적했다. 여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위성의 위치를 안다면 반대로 위성을 이용해 지상의 사람, 사물 위치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미국 국방부는 잠수함에서 목표물에 정확하게 핵미사일을 조준, 발사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했다. 그 결과 지상의 수신기가 최소 4기 이상의 위성 신호를 받으면 위도, 경도와 고도를 정확하게 실시간 측정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GPS의 시작이다. 1983년 민간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해 격추된 사건을 계기로 무료 개방했다. 다만 정교한 위치측정은 악용 위험이 있기에 100m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게 했다. 2000년대엔 오차까지 없애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위치서비스, 드론 운행 등 민간경제 활용도를 높였다.
와이파이는 인터넷에, 블루투스는 기기에 연결해 편리한 통신과 콘텐츠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무선어뢰를 발사하기 위해선 적국의 전파방해를 막을 필요가 있었다. 영화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배우 헤디 라마는 주파수를 빠르게 바꿔 통신 방해를 회피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엔지니어 존 오설리반은 벽, 천장, 가구 등에 부딪혀 왜곡되는 전파를 수학적 기법을 활용해 복원했다. 와이파이, 블루투스의 시작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 세계화, 디지털화가 확산되며 상황이 바뀐다. 민간역량이 정부보다 탁월해졌다. 민간기술이 국방기술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를 보자. 지상 통신이 작동하지 않는 오지 등 민간에 위성통신을 제공한다. 재난지역에선 통신기지국이 훼손돼도 위성안테나를 꽂으면 주변 스마트폰을 연결해 정보공유, 통신, 방송을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전쟁에서 지상통신망이 파괴되자 스타링크를 도입해 통신하고 드론 등 무인 무기를 조종했다. 현재 미국 국방부에 군사위성 '스타쉴드'를 제공해 작전에 활용된다.
미 육군의 IVAS(Integrated Visual Augmentation System)는 뭘까.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2에서 컴퓨터게임에 쓰이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기술로 시작해 국방부의 통합시각 증강시스템으로 도입됐다. 군인이 전장에서 고글을 쓰면 지도가 3D로 펼쳐지고 야간 투시가 가능하며 장애물 뒤 적군, 아군 정보가 게임화면처럼 표시돼 정밀 군사작전을 돕는다.
무인 드론 운행은 어떤가. 민간의 물류, 방송, 취미활동을 위한 드론에 폭탄을 장착하면서 효과적인 군사작전이 가능해졌다. 군집드론 제어기술을 활용하면 수많은 드론을 동시에 운용해 다양하고 수많은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도 빠질 수 없다. 위성, 무전, 통신 및 거래내역 등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적국 지도층과 핵심기관의 위치확인 등 정보수집과 암살, 폭격지역 선정 등 최적의 작전을 가능하게 한다.
국방AI 활성화는 정부부처가 남발하는 진흥법의 표지, 명칭만 바꿔 만드는 법률 제정이나 요란한 보고서 작성에 있지 않다. 현재 우리 국민의 우수성은 역사의 그 어느 시점보다 탁월한 수준에 와 있다. 민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발굴해 어떻게 경제로 잇고 국방기술로 만들지 고민하는데서 국방AI 활성화의 시작점을 찾아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