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내권(反内卷, 과잉·저가 출혈경쟁 억제)'은 경쟁을 멈추자는 구호가 아니다. 가격을 내려도 점유율은 늘지 않고, 생산을 늘려도 이익은 사라지며, 공급업체의 결제 기간만 길어지는 산업구조를 다시 작동시키려는 시도다. 자동차·태양광·배터리·플랫폼에서 벌어진 출혈경쟁은 소비자에게 단기 할인 혜택을 줬지만 기업 연구개발과 품질투자를 훼손하고, 공급망 전체 현금흐름을 악화시켰다. 중국 정부가 반내권을 거시경제와 산업정책 언어로 끌어올린 이유다.
먼저 반내권을 가격통제로 오해하면 안 된다. 반내권은 정부가 가격을 올려주거나 기업끼리 감산을 합의하도록 허용하는 정책이 아니다. 중국이 겨냥하는 것은 원가 이하 판매, 허위 할인, 플랫폼 강제 보조금, 장기 어음과 결제 지연, 품질을 희생한 저가 경쟁, 지방정부 중복투자와 노후 생산능력 연명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반내권은 가격경쟁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가격이 원가·품질·기술과 공급망 지속가능성을 다시 반영하도록 경쟁 비용을 재배분하는 정책이다.
![[테크 차이나] 가격전쟁 멈추는 국가…中 왜 '출혈경쟁' 산업정책으로 다루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15/news-p.v1.20260915.40b48b384ffd4b058f50365d36e1ea1c_Z1.png)
중국 가격전쟁은 한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제조사 할인과 딜러 보조금이 반복됐고, 플랫폼에서는 음식 배달과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쿠폰 비용을 입주업체에 떠넘기는 문제가 불거졌다. 태양광은 생산능력 확장이 수요보다 빨랐고, 배터리는 완성차와 저장장치 기업의 단가 인하 요구가 소재·장비업체로 내려갔다. 36Kr(36氪)는 2026년 시장감독총국 집행 방향을 분석하면서 저가는 더 이상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며, 결제 기간·알고리즘 노출·품질과 공급망 관계까지 함께 규율되는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태양광은 반내권 비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수요보다 빠른 증설과 가격하락이 겹치면서 주요 기업의 영업 적자가 장기화됐고, 생산량이 늘어도 현금이 남지 않는 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규모의 손실이다. 중국 매체와 해외 분석은 전기차·태양광·배터리·음식 배달 가격전쟁이 기업 수익성과 협력사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키웠다고 지적한다.
2026년 4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정보센터가 '가격 소모전에서 가치 경쟁으로' 전환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26년 3월 확정된 제15차 5개년 계획은 생산능력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가격 질서, 업계 자율규율과 퇴출을 함께 다루며 반내권을 상시적인 산업정책 과제로 올렸다. 병목은 개별기업 가격표가 아니라 산업 전체가 투자·품질·결제와 퇴출을 정상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정책은 선언을 넘어 계약·회계·법 집행 언어로 내려왔다. 2025년 12월 발표된 인터넷 플랫폼 가격 행위 규칙은 플랫폼이 입주업체에 가격 인하나 자동 가격 추종을 강요하고, 참여하지 않은 업체 노출·검색순위를 불리하게 조정하거나 할인 비용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행위를 제한한다. 2026년 2월 시행된 자동차 가격 행위 준법 지침은 5장 28개 조항으로 제조사와 판매사의 가격표시·판촉·비용 전과·내부통제를 구체화했다. 태양광과 배터리에서도 원가 산정, 품질기준, 생산능력 경보와 공급업체 결제 질서를 함께 보려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중국의 첫 번째 도구는 경쟁법과 가격법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은 2026년 반부정당경쟁법 집행을 플랫폼 경제·태양광·배터리·신에너지차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가격 행위 지침은 허위 할인, 원가와 무관한 판촉, 공급업체에 대한 불합리한 비용 전과와 가격정보 왜곡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플랫폼 가격 행위 규칙은 입주업체에 보조금 참여를 강제하거나 플랫폼 할인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는 행위를 제한한다.
두 번째 도구는 품질·안전 표준이다. 자동차에서는 가격을 내리는 대신 안전 시험이나 배터리 성능을 축소하는 일이 없도록 생산 일치성과 품질검사를 강화한다. 태양광과 배터리에서는 제품 효율·안전·수명 기준을 높여 저품질 생산능력이 시장에 남기 어렵게 만든다. 반내권이 표준정책과 결합하면 가격이 아니라 성능과 신뢰성이 퇴출 기준이 된다.
세 번째 도구는 생산능력과 산업구조다. 태양광과 배터리 정책은 신규 생산능력 경보, 원가 산정, 품질단속, 인수합병과 노후 생산능력 퇴출을 함께 다룬다. 2026년 4월 공업정보화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시장감독총국·국가에너지국은 동력·에너지저장 배터리 업계와 만나 생산능력 조기경보, 가격규율, 공급업체 결제 기간, 품질·지식재산권과 지방정부 투자유치 행태를 함께 점검했다. 단가 하락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지 않고 수익성·품질·현금흐름과 설비효율을 동시에 보겠다는 의미다.
네 번째 도구는 지방정부 규율이다. 지방정부가 토지·전력·세금·펀드로 같은 산업을 반복 유치하면 전국 생산능력은 시장수요와 무관하게 늘어난다. 중앙정부가 전국 통일 대시장, 지방 재정보조금 네거티브리스트, 투자유치 관행 정비를 반내권과 함께 추진하는 이유다. 기업의 출혈경쟁 뒤에는 지역 간 투자유치 경쟁이 있다는 판단이다.
자동차는 반내권이 계약 질서로 이동한 대표 사례다. 2026년 2월 시행된 자동차 가격 행위 지침은 28개 조항으로 제조사·딜러의 가격표시, 판촉, 비용 전과와 공급업체 관계를 구체화했다. 단순히 '할인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로 내는 가격과 광고 가격 차이를 줄이고, 판매망에 과도한 재고와 판촉비를 떠넘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가격전쟁 비용이 제조사에서 딜러로, 다시 부품사와 금융사로 넘어가는 구조를 막으려는 시도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와 시장감독 당국이 결제 기간과 생산 일치성까지 함께 보는 이유도 완성차 가격만 안정돼서는 공급망 전체가 정상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알고리즘이 새로운 가격 도구다. 음식 배달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쿠폰을 지급하면서 입주업체에 할인 비용을 부담시키거나, 참여하지 않은 업체의 검색순위와 노출을 낮추면 표면상 가격경쟁은 민간기업의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플랫폼이 거래조건을 통제한다. 중국은 플랫폼이 보조금 주체와 분담방식을 명확히 알리고, 입주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며, 원가 이하 판매로 경쟁자를 밀어내는 행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칙을 세분화하고 있다. 반내권이 가격법·반부 정당 경쟁법·알고리즘 거버넌스를 동시에 요구하는 이유다.
2026년 8월 24일 중국 상무부·공업정보화부·시장감독총국은 '자동차 업계 해외 경쟁행위·준법경영 지침(汽车行业境外??行为与合规建设指引')을 제정했고, 9월 1일 공개했다. 지침은 비용과 현지 수급을 고려한 가격, 해외 판매망 자율가격, 투명한 판촉, 현지화·데이터·지식재산권·반독점 준수를 요구한다. 국내에서 제한된 출혈경쟁을 해외시장에 덤핑·허위 홍보·불공정 유통으로 옮기지 말라는 메시지다. 반내권은 국내 가격정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평판·법률·무역구제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는 정책 난도가 더 높다. 이들 산업은 글로벌 점유율과 기술 진보가 빠르기 때문에 생산능력을 단순 감축하면 중국 스스로 경쟁우위를 훼손할 수 있다. 반대로 저효율 설비까지 모두 유지하면 가격이 무너지고 연구개발비가 줄어든다. 따라서 중국은 신규 증설 기술·에너지 기준을 높이고, 효율이 낮은 라인 퇴출과 기업 간 인수합병을 유도하며, 특허침해·허위 인증·저품질 납품을 함께 단속한다. '얼마나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공정과 품질 생산능력을 남길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다.
반내권은 공급망 결제 질서와도 연결된다. 중국 제조업 가격전쟁은 판매가격보다 외상 매출과 지급기일에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완성품 기업이 90일, 180일, 그 이상 결제를 요구하면 부품기업은 은행 대출이나 팩토링 비용을 떠안는다. 결국 낮은 제품가격 일부가 중소 협력사 금융비용으로 숨겨진다. 배터리 업계 회의에서 공급업체 결제 기간이 정책의제로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가격을 정상화하려면 납품단가뿐만 아니라 대금 지급과 재고 부담, 품질보증 책임을 함께 봐야 한다.
지방정부에도 평가방식 변화가 요구된다. 과거에는 대규모 투자액, 공장 면적, 생산능력과 세수 전망이 투자유치 핵심 지표였다. 반내권 체제에서는 이미 과잉인 산업에 보조금과 저가 토지를 제공해 공장을 하나 더 유치하는 행위가 전국시장 전체의 비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 재정보조금의 네거티브리스트와 공정경쟁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산업정책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연구개발, 공용 시험시설, 에너지 전환, 인재와 공급망 보완처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으로 수단을 바꾸라는 요구다.
반내권 성과를 판매가격 반등 하나로 평가하면 오판하기 쉽다. 공급업체 대금 지급이 빨라지는지, 재고와 가동률이 정상화되는지, 품질·연구개발비가 회복되는지, 효율이 낮은 설비가 실제로 퇴출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가격만 오르고 결제 기간과 생산능력이 그대로라면 비용은 소비자와 협력사 사이에서 위치만 바뀐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가격·품질·생산능력·공정경쟁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내권은 증시 단기 테마로도 소비됐지만, 중국 증권사들이 보는 핵심은 가격 상승 자체가 아니다. 산업 내 생존기업 현금흐름이 회복되고, 중복투자가 줄며, 기술과 서비스가 다시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지다. 실제로 관련 정책이 집중되자 자동차·태양광·배터리·철강·화학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 보고서와 설명회가 급증했다. 투자자는 감산 구호보다 재고, 가동률, 판매단가, 공급업체 결제 기간, 인수합병과 퇴출 속도를 본다.
중국의 접근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 행정기관과 업계협회가 가격·생산량을 강하게 조정하면 부실기업을 보호하거나 사실상 담합을 만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원가 이하 판매와 허위 할인은 단속해야 하지만, 효율이 높은 기업의 정상적인 가격 인하까지 막으면 소비자후생과 혁신이 훼손된다.
둘째, 공급과잉 근본 원인은 가격표가 아니라 투자와 퇴출이다. 지방정부가 고용과 세수를 이유로 적자공장을 계속 살려두고 은행이 대출을 연장하면 회의와 자율서약만으로는 균형이 회복되지 않는다. 원가 산정과 업계 자율규율이 강화돼도 태양광·배터리 주요 공정가격이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하면 손실은 이어질 수 있다. 로이터 역시 반내권이 가격신호와 수익성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생산능력 조정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국내 가격전쟁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내수에서 단가 인하가 제한되면 기업은 재고와 생산능력을 수출로 돌릴 수 있다. 이는 유럽·미국·신흥국 반덤핑·상계관세, 현지생산 요구와 맞물린다. 중국 반내권이 세계 공급과잉을 자동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반내권을 '중국 기업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전망으로 봐서는 안 된다. 자동차·배터리·태양광·철강별로 중국 생산능력, 가동률, 재고, 결제 기간, 산업재편과 수출 흐름을 함께 추적해야 한다. 산업정책과 경쟁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원가 이하 판매, 거래상 지위 남용, 공급업체 결제 지연을 구분하는 기준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중국 공급업체를 평가할 때 납품단가만 보지 말아야 한다. 가격이 원가·품질·현금흐름을 감당할 수 있는지, 지방정부 보조금이 줄어도 공급이 지속되는지, 결제조건과 보증 서비스가 유지되는지를 봐야 한다. 금융권은 가격 반등보다 구조조정의 질을 확인해야 한다. 현금흐름이 없는 기업이 정책 기대만으로 살아남는지, 인수합병과 설비 퇴출이 실제 진행되는지가 신용위험의 핵심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는 기회도 있다. 중국의 경쟁축이 최저가에서 안전·효율·수명·서비스로 이동하면 고성능 소재, 검사장비, 소프트웨어, 에너지 효율과 품질관리 솔루션 가치가 커질 수 있다. 다만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들어갈 때 지방정부 정책 신호만 믿고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고객 지급 능력과 산업의 퇴출 속도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중국의 반내권은 경쟁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다. 가격전쟁이 기술·품질·공급망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경쟁 비용을 다시 배분하는 실험이다. 한국 산업계가 물어야 할 질문은 중국 제품가격이 언제 오를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 가격 뒤에 숨은 생산능력·결제조건·정책 보조와 퇴출 위험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있는가.
박지민 36kr코리아 공동 대표 3guowill@krstar.cn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