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산업 특성상 정부가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면 국민 세금으로 필요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확보하되, 민간기업이 단순 하청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기술과 시장을 키워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민간 우주기업을 이끄는 한 대표의 말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 등으로 우리 우주산업은 한 단계 도약했다. 정부 주도 우주개발 성과가 쌓이고 민간기업의 기술과 역량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 강국'을 이야기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민간 기술과 역량이 충분히 성장한 상황에서도 우주사업을 계속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할 때다.
우주산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높은 기술 장벽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가장 큰 고객인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어떤 위치에 서느냐다.
정부가 사업을 설계하고 과제를 정한 뒤 민간이 이를 수행하는 구조가 지속되면 기업은 결국 '정부 사업 수행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술은 쌓이지만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힘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는 모든 것을 직접 끌고 가는 사업자가 아니라 초기 고객이자 시장을 만들어주는 조력자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민간이 개발한 데이터와 서비스를 적극 구매하고 공공수요를 민간시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의 문을 열고 민간은 그 문을 넘어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민 세금으로 축적된 기술과 데이터가 민간 혁신으로 이어지고, 다시 일자리와 수출, 새로운 산업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를 향한 도전만큼이나 정부가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때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