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산업혁명 이후 육체적 능력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과는 다른 전대미문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에 대한 개념은 1950년대 이미 정립됐지만 그동안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등 관련 기술이 부족해 개발이 지체됐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통신과 컴퓨팅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했고, AI의 발전은 기존 법과 제도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AI에 사람과 같은 법인격을 부여할 것인지, AI로 인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손해배상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다양한 법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선 AI 발전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지식재산권, 알고리즘 통제, 가짜뉴스와 관련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AI는 학습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성능이 향상되는데 대부분의 학습 데이터는 개인정보와 지식재산권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AI가 학습할 때 인터넷상의 정보를 긁는 이른바 '스크래핑'을 하게 되면서 개인정보와 지식재산권 침해 및 보호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AI 기술개발 특례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지식재산권자의 허락 없이도 예외적으로 수집과 이용을 허용하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免責) 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와 지식재산권 활용을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는 불가피하다. 다만 법과 제도 변화는 개인정보 주체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AI산업 간, 언론과 창작자 등 지식재산권자와 지식재산권을 활용하는 AI 산업 간의 비용과 편익을 조정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AI 산업과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컴퓨터는 인간이 사전에 프로그램해 놓은 문제 해결 규칙인 알고리즘에 따라 입력된 데이터를 결과인 산출물로 변환했다. 그러나 AI는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알고리즘을 생성하기 때문에 인간이 AI의 알고리즘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를 통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인간을 조작하거나 조종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AI 산업계가 주장하는 알고리즘의 영업비밀이라는 법익과 인간의 기본권 보호라는 법익은 상충(相衝)할 수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이의제기와 수정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로 인해 시급하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사항은 이른바 '가짜뉴스'인 허위·조작 정보의 문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원리는 이념의 자유로운 시장으로서 다양한 생각과 견해가 경쟁한 끝에 결국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이며, 사전검열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과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있지만, 인터넷을 만든 '26단어'로 불리는 미국의 통신품위법이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이에 가담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해서는 면책하고 있는 기본 이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형법 제307조 제1항에 규정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뿐 아니라 민사적 책임인 이른바 '금융 치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역설적으로 진실(眞實)을 통해 기득권을 비판하는 것까지 막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조항이다. AI를 통한 가짜뉴스의 확산이 우려된다면 이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단순히 형사적 처벌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민사적 책임을 뒷받침하는 데 있을 것이다.
신종철 연세대 정보대학원 객원교수 psjc28@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