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다·부킹닷컴 등 글로벌OTA, 규제 벗어나
다크패턴으로 소비자 현혹
분쟁 발생 시 국내법 따르지 않아 소비자 피해

규제 사각지대를 파고든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내세워 국내 OTA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중국계 '트립닷컴'은 지난달 기준 놀(NOL, 구 야놀자)과 여기어때를 제치고 처음으로 한국 사용자 수 1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은 리소스 격차뿐 아니라,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는 해외 OTA와의 역차별 문제로 인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국내 OTA 시장 경쟁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 형평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中 트립닷컴, 핵심 시장인 한국에 투자 공세
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립닷컴은 한국을 전략적 핵심 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트립닷컴그룹 코리아는 올 1월 기준 서울·부산·제주에 총 4개 오피스를 운영하며 약 2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부킹홀딩스(부킹닷컴·아고다 등), 에어비앤비, 익스피디아 등 주요 글로벌 OTA보다 많은 수치다. 국민연금 데이터에 따르면, 아고다의 직원 수는 221명, 에어비앤비코리아의 직원 수는 64명이다.
트립닷컴의 이용자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20만명으로 아고다(197만명)를 제치고 글로벌 OTA 중 1위에 올라섰다. 올해 6월에는 MAU 477만명으로 국·내외 OTA 통털어 한국 사용자 수 1위에 등극했다. 놀과 여기어때는 최근 3년간 300만~400만명, 아고다와 에어비앤비는 100만~200만명대에 머무른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업계에선 트립닷컴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트립닷컴그룹은 한국이 중국과 인접한 데다가, 객단가가 높기 때문이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트립닷컴은 최근 국내 OTA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의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고다에서 7월 30~31일 제주도의 한 호텔의 숙박 상품 첫화면(사진좌측)에는 상품 가격이 5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제 화면에선 세금 및 제반 요금을 포함한 가격인 5만5000원이 나타났다. [사진=아고다 앱 갈무리]](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7/30/news-p.v1.20260730.e003937413c249cc88657a26bf4c59e2_P1.png)
◇국내 OTA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 풀어야”
트립닷컴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OTA의 공세에 국내 기업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OTA와의 리소스 격차는 물론, 해외에 본사를 두고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은 채 영업을 하는 역차별 문제 때문이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OTA는 다크패턴, 분쟁 발생 시 해외법을 적용하는 등 규제 사각지대를 파고든 영업을 하고 있다. 다크패턴은 상품 첫 화면에 표시된 가격이 최종 결제 단계에서는 세금 등을 포함해 높은 가격으로 명시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 아고다에서 7월 30~31일 제주도 호텔을 검색한 결과, 첫 화면에 나온 가격은 5만원이었지만 최종 결제 화면에서는 세금을 포함한 5만5000원이 나타났다.
소비자 분쟁 시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주요 문제로 지적된다. 트립닷컴 이용약관 제12조는 분쟁 발생 시 싱가포르 법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사각지대는 국내 기업 역차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글로벌 OTA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456건이다. 아고다가 2190건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트립닷컴은 1266건으로 뒤를 이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환불 거부와 과도한 취소 수수료 부과 등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은 국내법을 준수하지만, 해외 기업은 이를 회피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하는 역차별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한 OTA 대표는 “글로벌 OTA의 규제 사각지대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일부 개선되는 부분도 있지만, 세세한 문제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여행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전기통신사업법 소관 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 간 협업으로 역차별과 소비자 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